제79화
송시후는 강유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앞을 바라봤다.
강유나는 일부러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반응에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 송시후의 시선을 따라 함께 앞을 바라봤다. 송시후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강유나는 눈동자를 굴리며 이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결과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지난번에도 송시후는 내 시체를 똑똑히 봤고, 경찰도 엄숙하게 죽은 이가 바로 나라고 증명했다. 하지만 강유나의 말을 듣고 송시후는 나한테 박진섭과 경찰을 동원해 이런 연극을 벌일 능력이 있다고 믿어버렸다. 나의 죽음을 무시해버린 채 말이다.
지금도 다를 게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강유나가 입을 열었다.
“시후 오빠, 이게 정말 언니야? 그런데 언니가 아까까지도 부모님께 문자를 보냈다던데... 갑자기 사람이 어떻게 죽을 수가 있어? 혹시...”
“사기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송시후가 고개를 돌려 빨개진 눈으로 강유나를 노려보았다.
그의 두 눈에 슬픔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지만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었다.
강유나는 입술을 깨물며 송시후의 시선에 놀란 듯한 발 물러서 고개를 숙였다.
“시후 오빠, 나 그런 뜻이 아니야... 그냥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래. 내 언니인데... 비록 언니가 시후 오빠를 빼앗긴 했지만 난 언니가 죽길 바라지 않았어.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언니는 죽으면 안 돼.”
강유나의 말은 송시후에게 어떤 계시를 준 듯했다.
송시후는 몸이 굳어지더니 눈빛도 차가워졌다. 그는 그제야 평정을 되찾으며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말했다.
“맞아. 이 일은 할머니께 알려선 안 돼.”
그는 다시 강유나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다른 건 나중에 얘기하자. 하지만 이건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해. 네 부모님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안 그러면...”
“안 그러면... 뭐?”
문밖에서 갑자기 강민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급히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강민수는 아직도 정장을 차려입은 채 비서를 데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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