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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송기영은 내 말을 듣더니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귀국한 지 이제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좋아한다 만다예요?”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 훨씬 전부터 나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근거는요?” 나는 송기영에게 그간 박지한이 보인 태도와 행동들을 얘기해주었다. “나를 좋아한 게 아니라면 왜 나를 그렇게 애타게 찾아다녔겠어요. 박지한은 나를 좋아하는 게 확실해요.” 송기영은 조금 흥분한 나를 진정시키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래요. 박지한이 나연 씨를 좋아한다고 쳐요. 그래서 뭐 달라지는 거라도 있어요? 박지한 때문에 나연 씨가 일궜던 사업을 다시 포기하고 아예 돌아오기라도 할 거예요? 카를로스 마을의 집을 정말 버릴 수 있냐고요. 나연 씨, 줄곧 얘기 안 한 게 있었는데 나는 솔직히 박지한이라는 사람 별로예요. 연인으로서는 최악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운전대를 꽉 잡았다가 풀기를 반복하며 계속 앞만 주시했다. 그러자 송기영이 다시금 입을 열며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라면서 고작 몇 년 못 봤다고 나연 씨가 온시연이 아니라는 것도 못 알아봤잖아요. 박지한이 결혼식 날 신부로 맞이한 건 온시연이었어요. 만약 온시연이 결혼 전날 도망가지 않았으면 지금쯤 그 사랑은 여전히 온시연을 향하고 있었겠죠. 아니에요?” 송기영이 내뱉은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심장에 꽂혔다. 그의 말대로 결혼식을 올린 사람이 내가 아닌 온시연이었으면 그는 아마 온시연을 더 깊게 사랑하게 되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잘 어울린다고 노래를 불렀던 한 쌍이었으니까. 마치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머리가 금세 차가워졌다. 또한 조금 들떠 있던 마음도 완전히 식어버렸다. 단지 안 주차장에 도착한 후 나는 주차를 하기 위해 송기영을 먼저 내려주었다. 그러고는 주차를 마친 후 5분 정도 가만히 앉아 생각을 정리한 뒤에야 천천히 차 문을 열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순간, 누군가가 빠르게 기둥 뒤로 숨는 것이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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