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화
나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송기영의 눈빛 어딘가가 조용히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속눈썹을 떨군 채,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고 낮게 중얼거렸다.
“결국 내가 진 거네요. 맞죠?”
사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는 송기영이 내게 품었던 마음을 늘 느끼고 있었다.
처음 낯선 타국에 와서 불안하고 외로웠던 날들, 유일하게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던 사람이 그였으니까.
하지만 그의 감정이 친구 이상이라는 걸 눈치채는 순간, 나는 곧바로 거리를 뒀다.
그가 왜 갑자기 멀어지냐고 물었을 때도 나는 분명하게 거절의 뜻을 전했다.
“기영 씨.”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한테 기영 씨는 정말 좋은 친구예요. 소연이처럼 저한테는 둘 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에요. 기영 씨는 착하고 똑똑하고 유머도 넘치고... 너무 좋은 사람이죠.”
“그렇지만 제 마음은 이미 지한 씨에게 다 가 있어요. 더는 나눠줄 마음이 없다는 걸... 이해해줬으면 해요.”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친구로서 기영 씨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랄게요.”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얼굴을 한 번 훔치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4년 전에도 나한테 호감 없다고 하더니, 지금도 똑같네요.”
나는 순간 멈칫했다.
‘그래, 그때도 이렇게 말했던 것 같네.’
그는 금세 평정심을 되찾은 듯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됐어요.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나연 씨한테 차인 게 처음도 아니고 이 일로 강에 뛰어들 일도 없으니까요.”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그 안에 감춰진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래도 예전처럼 장난을 칠 수 있는 그의 모습에 나는 조금 안심했다.
“지한 씨가 보내준 해물죽 맛 괜찮던데 한 그릇 드실래요?”
나는 죽 그릇을 들고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송기영은 말없이 손을 뻗어 숟가락으로 한입 먹었다.
“음, 괜찮네요. 여긴 박지한 씨가 잘 챙기고 있으니까, 나는 이만 가서 희망이 데려올게요.”
나는 순간 민망해졌다.
방금 전에는 마음을 거절해놓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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