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박지한의 팔을 끼고 연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꽂혔다.
졸지에 호기심이 섞인 눈빛, 또는 호의적인 눈빛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결혼식 이후 우리가 공식 석상에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다들 호기심에 찬 눈빛을 보이며 하나둘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요즘 호연 그룹은 승승장구 중이라 많은 사람이 박지한에게 다가와 다음 분기 협력 계획을 슬쩍 떠보려 했다.
박지한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느긋하고 차분하게 협력 관련 이야기들을 꺼냈지만 딱히 이전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과는 다를 바 없는 말뿐이었다.
결국 박지한한테선 뭔가 건질 수 없단 걸 느낀 사람들은 자연스레 나한테 화살을 돌렸다.
유 사모님이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내게 말을 건넸다.
“박 사모님, 저쪽으로 갈까요? 남자들은 일 얘기하는데 여념이 없어 우리가 옆에서 대화에 끼기도 애매하잖아요, 안 그래요?”
이 바닥은 대부분 남편이 바깥일을 하고 아내는 집에서 사교 활동을 책임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모님들을 무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사교도 쉬운 일이 아닌지라 이 사모님들이 가정에 이바지하는 가치를 폄하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마음 한구석에선 늘 이렇게 생각해 왔다.
‘왜 여자들은 자기만의 무대를 가지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예전에 온정 그룹의 대형 계약을 여러 건 따낸 적이 있었지만 아빠는 항상 그 공을 자신에게 돌렸다.
“나연아, 아빠가 널 위해 그러는 거야. 여자 능력이 너무 비범하면 시집갈 수 없어. 애초에 사업은 여자가 할 일이 아니야. 너는 가정을 잘 꾸리는 게 우선이야.”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 사모님은 내가 박지한과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 줄 알고는 박지한과 팔짱을 끼지 않은 내 다른 손을 덥석 잡았다.
“박 사모님, 우리 얼른 가요. 그러고 보니 우리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지도 꽤 됐잖아요. 오늘은 꼭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나눠요.”
온시연은 이 바닥에서 인맥 하나는 끝내줬는데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와도 대화를 잘 끌어냈다.
유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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