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그 순간,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 리 없어요. 다들 저랑 동생은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하지만 한미애는 고개를 저으며 감정을 섞지 않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엔 네가 예의도 바르고 절제할 줄 아는 아이였어. 아무리 이모연 말이 심했다 해도 그렇게 대놓고 말하진 않았을 거야. 어쨌든 네 큰어머니잖아. 그런데 나연이라면 이야기가 달라. 그 애는 절대 손해 안 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무조건 강하게 밀어붙여.” 나는 꿀꺽 침을 삼키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랬나요. 전엔 전혀 몰랐어요...” ‘어떡하지... 어머니가 뭔가 눈치챈 걸까?’ 속으로 변명할 궁리를 하던 찰나, 한미애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야. 너는 박씨 가문의 며느리고 장차 호영 그룹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잖아. 계속 당하기만 한다면 박씨 가문이 무슨 힘이 있겠니.” 그 말에 마음 한구석의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는 것 같았다. “네. 어머니. 말씀 꼭 새기겠습니다.” 한미애는 드물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전에 네가 박 사모님 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오늘 보니 내가 괜한 걱정이었네. 생각보다 훨씬 강하구나.” 그 후 한미애는 이것저것 당부를 덧붙였고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녀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시연아, 이제 가 봐. 내가 한 말 잊지 말고.” “네.” 나는 얼굴이 붉어지며 작게 대답한 뒤 차에서 내렸다. 한미애의 차가 멀어질 때까지 지켜보다가야 집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한미애가 새로 구해준 가정부가 와 있었고 단정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 부드럽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오늘부터 일하게 된 유정숙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고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말없이 푹신한 슬리퍼를 건넸고 벗은 하이힐은 정성껏 가지런히 정리해주었다. 폭신한 침대에 몸을 던지자마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감탄하며 침대 위에서 몇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