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화
나는 깜짝 놀라 완성해둔 기획안에 황급히 비밀번호를 걸고 비밀 폴더에 숨긴 뒤 컴퓨터를 꺼버렸다.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걸치고선 잽싸게 박지한에게 달려갔다.
“왔어?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밥은? 안 먹었으면 아주머니한테 면이라도 끓여 달라고 할게.”
말을 얼버무리며 컴퓨터를 안고 방을 나가려던 찰나, 박지한이 내 손목을 툭 잡아끌더니 나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
“먹었어. 근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벌써 열두 시 넘었어. 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
‘열두 시...?’
나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냥 오빠 서재 의자가 너무 편해서... 잠깐 드라마 좀 봤어.”
그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서재 안을 훑어보자 나는 급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
“오빠, 이제 늦었으니까 얼른 자자. 응?”
하지만 박지한은 고개를 저으며 내 손을 뿌리치고 책상 쪽으로 성큼 걸어갔다.
거기에는 내가 쓰던 노트와 펜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그가 노트를 집으려는 순간, 나는 황급히 달려가 손으로 노트를 꾹 눌렀다.
“많이 늦었잖아. 얼른 자자. 응?”
최대한 밝고 부드럽게 웃어보였지만 박지한은 조금도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내 손을 차분히 치우고 단호하게 노트를 펼쳤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그의 시선을 돌리려 애썼다.
“오빠, 나 배고파.”
그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왜 밥도 안 먹고 있었어?”
나는 얼른 노트를 낚아채고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장난스럽게 몸을 부볐다.
“먹었지. 아주머니가 챙겨주셨어. 근데 또 배고파졌단 말이야. 나랑 같이 뭐 좀 먹을래?”
박지한은 두 팔을 축 늘어뜨린 채 나를 안아주지도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그냥 참아. 한 끼 안 먹는다고 안 죽어.”
속으로 자신을 백 번도 넘게 욕하면서도 나는 억지로 애교를 부렸다.
그의 허리에 얼굴을 파묻고 보채듯 속삭였다.
“진짜 너무너무 배고파... 오빠 귀요미가 이렇게 배고프다는데, 마음 안 아파?”
‘대체 내가 언제부터 이런 말투를 쓰게 된 거야...’
그런데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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