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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나는 엄마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을 멈춘 채 놀라서 물었다. “왜요? 지금 언니도 돌아왔잖아요.” 엄마는 붉어진 눈가로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건 네 언니 뜻이기도 해. 그 애가 그동안 많은 걸 겪고 나서야 깨달았대. 진짜 소중한 사람이 항상 곁에 있었다는 걸. 그런데 네가 지한 씨랑 사이좋은 걸 보니까, 그 사이를 억지로 끊을 수가 없었대. 그래서... 너한테 지한 씨를 양보하겠다고 하더라.” 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우리가 사이좋은 건, 오빠가 날 언니라고 믿고 있으니까 그런 거예요. 이 비밀이 들통나면 전 어떻게 되는 건데요?” 엄마는 내 팔을 붙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엄마가 생각해봤어. 네가 하루빨리 임신을 하면 돼. 그러면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아이 때문에라도 널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 곁에 있던 아빠도 낮게 거들었다. “네 엄마 말이 맞아. 아이만 있으면 네가 언니든 아니든 박씨 가문에 자리를 잡을 수 있어.” 나는 황당해서 헛웃음을 터뜨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그럼 저는 그냥 아이 낳는 도구인가요?” 아빠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그게 무슨 버릇없는 말이냐? 우리도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잖아. 언니도 지한 씨를 너한테 양보했는데, 뭘 더 바라니?” 나는 아빠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원하지 않아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빠는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을 해?” 엄마가 다급히 그의 손을 막으며 중재에 나섰다. “됐어요, 여보! 딸한테 왜 그래요. 이렇게 큰일을 당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이해해줘야죠.” 엄마는 다시 나를 향해 한숨을 내쉬며 다가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연아, 엄마 아빠가 널 몰아세우는 거 아니야. 하지만 잘 생각해봐. 지금 임신을 못 하면 네 정체가 드러났을 때 박씨 집안에서 널 어떻게 대할 것 같니? 쫓겨나는 걸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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