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말을 하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멋대로 벌어진 입을 원망했지만 박지한은 이미 입꼬리를 올리며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네가 말한 거다? 그럼 평생 내 옆에 있어야 해. 하루도 빠짐없이.”
‘어차피 온시연 오면 둘이 백년해로하겠지 뭐.’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물이 너무 뜨거워서 그런 건가 싶어 나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 다 씻어서 먼저 나가볼게. 오빠 씻어.”
“잠깐만, 머리 말려줄게.”
등 뒤로 박지한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알아서 말리겠다는 말만 남긴 채 도망치듯 욕실을 빠져나왔다.
내가 나간 뒤, 드디어 씻기 시작한 건지 물소리와 함께 유리에 그의 다부진 몸이 비쳤다.
남자 몸이 좋으면 얼마나 좋다고 그걸 보고 또 얼굴이 빨개지는 건지, 이럴 때면 나는 나 자신도 예외 없이 원망스러웠다.
욕실에서 나온 박지한은 웬일로 잠들지 않고 누워서 책을 보고 있는 나를 등 뒤로부터 껴안았다.
“네 친구는 좀 어때?”
“응? 아, 아직 회복이 덜 된 것 같아.”
내가 자신이 한 거짓말도 까먹는 이 몹쓸 기억력을 탓하고 있을 때 박지한이 손가락으로 내 어깨를 만지며 말했다.
“거기가 불편한가? 내가 아는 의사한테 연락해볼까?”
온시연의 상태는 의사들도 손을 놓을 정도였기에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아니야. 큰 병 아니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내 대답에 박지한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불을 끄며 나를 품에 안았다.
“자자, 다음 분기 기획안들이 다 정리돼서 내일부터는 그것들 검토하느라 또 바빠질 거야.”
“이렇게 빨리? 그럼 내일 출근하면 기확안 정해지는 거야?”
박지한이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오빠 출근하면 나 혼자 심심한데.”
“서재에서 드라마 보는 거 좋아하잖아. 심심하진 않을걸?”
내 말에 박지한이 웃기만 하자 나는 조금 더 열심히 얼굴을 비벼댔다.
“드라마도 오래 보면 힘들어요.”
“그럼 내일 회사 같이 갈까?”
마침내 나와 눈을 맞추며 묻는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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