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내연남이 되어도

임다은은 상대가 자신을 반기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제멋대로 앉아 말을 꺼냈다. “지연 씨, 태경이가 이미 나를 위해 헌혈자를 찾아줬어요. 이제부터는 더 이상 내게 헌혈해 줄 필요 없어요.” 그녀는 손을 들어 자기 가슴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태경이 탓도 하지 말아요. 그저... 형 부탁 때문에 내 목숨을 구해주려고 그런 거니까. 더 이상 화내지 말고 태경이랑 잘 지내요.” 남의 가정을 뒤흔들어 놓고는 몇 마디 가벼운 말로 넘어가려 하다니. 강지연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임다은을 흘겨보고는 그녀를 내쫓으려 했다. “네, 알겠으니까 이제 가세요.” 이런 그녀의 태도가 진태경의 눈에는 일부러 난처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앞으로 다가가 임다은을 자신의 뒤로 보내 보호하며 강지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역겨움으로 가득했다. “다은이는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이게 무슨 태도야?” 강지연이 피식 웃으며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내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요? 이 여자는 그쪽이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지 내 사람이 아니잖아요. 모든 사람이 다 이 여자를 좋게 달래줘야 하나요? 진 대표님, 임다은 씨, 저희 퇴원해야 하니까 이만 가시죠.” 말을 마친 강지연이 전민호의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고 진태경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진태경은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살갑게 대하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는 강지연의 손을 끌어당기며 억지로 행동을 제지했다. “이젠 다은이에게 수혈도 안 해주니까 아무런 가치도 없는데 아직도 날 화나게 할 생각이야?” ‘가치?’ 진태경에게 강지연의 존재는 그저 이동식 혈액 저장고에 불과했다. 강지연이 입을 열려는 순간 전민호가 불쑥 다가와 그녀를 끌어당겨 자신의 뒤로 보내고는 조롱 섞인 표정으로 맞은편 남자를 바라보았다. “대단하신 진도 그룹 대표님이 형수님을 위해 아내를 괴롭히는 걸 남들이 알면 진씨 가문 명성도 망가질 텐데요.”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임다은은 당연히 발을 빼려 했다. 그녀는 억울한 듯 말했다. “오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