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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감금

그때쯤 임다은은 이미 본가에 도착했다. 김영옥은 값비싼 나무 소파에 단정히 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지만 세월을 겪어온 그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볼 듯한 날카로움을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속이기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김영옥이 사람을 보내 얌전히 지내면서 진태경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임다은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이미 한 남자를 잃었으니 진태경까지 잃을 수 없었지만 김영옥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다. 임다은은 마음속 생각을 억누르고 숨을 들이쉰 후 허약한 모습으로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할머니,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김영옥은 시선도 들지 않은 채 찻잔을 들어 거품을 살짝 걷어냈다. 임다은은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이런 김영옥의 모습이 제일 두려웠다. 때리지도 욕하지도 않지만 어떤 호통보다도 그녀를 공포에 떨게 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연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 다 제 잘못이에요. 저 때문에 태경이 부부 사이가 틀어졌어요. 그런데 오늘 지연 씨 곁에 다른 남자가 있었고 게다가 사흘 뒤에 태경이랑 이혼하겠다고 하니 급한 마음에 기절한 척한 거예요. 할머니, 제 말 믿어주세요. 전 둘이 싸우지 않길 바랐을 뿐이에요.” 이미 대기 중이던 장 의사는 임다은의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본가에 충성하는 늙은 의사라 돈으로 매수하긴 어려웠기에 지금은 한발 물러나 좋게 구슬리는 게 최선이었다. 찻잔을 들고 있던 김영옥의 손이 살짝 멈칫하며 마침내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있는 가식적인 얼굴을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얘가 꽤 똑똑하네. 내 손을 빌려서 지연이를 처리하려고? 안타깝지만 머리를 잘못 굴렸어.’ 강지연이 어떤 사람인지는 김영옥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절박한 상황에 몰리지 않았다면 절대 이혼까지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영옥이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가볍게 말을 꺼냈다. “그럼 예전에 매번 쓰러졌던 것도 다 연기였단 말이야?” 임다은은 김영옥이 옛날 일을 들추는 것도, 이미 전부 다 조사를 마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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