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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감히 나를 차단해

강지연은 곧장 진료실에 헌혈하러 갔지만 진태경은 끝까지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봉투를 채워갈수록 그녀의 손은 점점 차가워졌지만 정신은 더욱 맑아지는 듯했다. 헌혈을 마치고 진료실을 나선 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잊고 지냈던 연락처에 메시지를 보냈다. [나 데리러 와.]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답장이 도착했다. [마음 바꿨어?] [그래.] 강지연은 답장과 함께 자신의 위치를 전송했다. 잠시 후,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병원 정문 앞에 멈춰 섰고 금발의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려 그녀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누나, 드디어 정신 차렸네! 그동안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차승준은 조수석 문을 열고 강지연을 차에 태우며 투덜거렸다. “솔직히 난 그 진태경이라는 놈이 지원 형이랑 닮았다는 생각 1도 안 들어! 그냥 겉모습만 그럴듯한 거지! 사업 수완은 좀 있는 것 같지만, 누나가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 진태경 따위는 손쉽게 날려 버릴 수 있어!” 그는 호들갑스럽게 떠벌이면서도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의 속내를 살폈다. “설마... 또다시 그 망할 자식에게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 강지연은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돌아갈 일 없어. 이미 이혼했어.” 강지연의 입에서 이혼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오자 차승준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는 강지연과 죽마고우로 그녀가 심지원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심지원과 거의 판박이처럼 닮은 진태경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아팠지만 차마 말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해변에서 진태경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미 심지원이 사고를 당했던 그 바다에서 함께 운명을 달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니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강지연이 슬픈 눈빛으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차마 그 속사정을 캐물을 수 없었다. “헤어지길 잘했어. 형도 분명 누나가 행복하게 살길 바랄 거야... 자, 일단 집에 가서 편히 쉬자.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누나가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말 기뻐하실 거야.” 강지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차승준이 시동을 걸자 멍하니 창밖을 응시했다. 그 탓에 누군가가 황급히 달려 나오는 모습도, 차승준을 발견한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는 모습도 알아채지 못했다. ‘이 여자가 어떻게 감히... 그녀가 이혼을 요구한 이유가, 혹시 다른 남자를 찾았기 때문인가?’ 진태경은 본래 강지연과 함께 헌혈을 하고 그녀가 왜 그토록 강경하게 이혼을 고집하는지 그 진심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혹시 수혈 문제 때문이라면 어떻게든 다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스스로도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그녀에게 뜨거운 애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그토록 냉정하게 등을 돌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묘하게 불편했다. 게다가 이제 그녀가 낯선 남자와 함께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목격하자, 그는 걷잡을 수 없이 분노에 휩싸였다. 그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강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지연은 영문도 모른 채, 걸려온 전화를 받았고 입을 열기도 전에 남자의 음울한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당장 병원으로 돌아와!”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왜 그래야 하죠?” 전화기 너머, 진태경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을 담은 듯 차가웠다. “네가 아직 내 와이프이기 때문이야.” 그 말을 듣자 강지연은 그저 웃길 뿐이었다. 예전에는 그녀가 그의 아내라는 신분을 그토록 갈망했지만 그는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3년 동안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와서 그녀가 그와 그의 첫사랑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허락하겠다니 갑자기 그의 와이프란다. “진태경 씨는 얼마 전에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신 사실을 잊으신 모양이네요.” 그녀는 냉담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니 이제 제게 그 어떤 명령도 내릴 권리가 없어요. 다음번에 뵙는 날은 저희가 법적으로 완전히 남남이 되는 날이겠죠.” 진태경은 얼굴을 험악하게 굳히며 눈빛 속에 숨겨진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강지연, 네가 감히...”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연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 그와 쓸데없는 말다툼을 벌일 필요도 없고 그의 변덕스러운 분노를 감내할 이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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