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저를 곤란하게 하는 겁니다
강지연은 다음 날 아침 블루오션으로 출근했다. 얼굴에는 어떤 감정의 흔적도 비치지 않았다.
그녀는 일에 몰입해 스스로를 다잡았다.
회의실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지연, 차승준, 전민호가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최신 인공지능 로봇의 핵심 부품 설계도가 펼쳐져 있었다.
“코어 칩 업그레이드는 완료됐어요. 이제 정식 생산에 들어가야 해요.”
강지연의 목소리는 또렷하고 차분했다. 조용한 공간 속에서 그녀의 말이 유난히 뚜렷하게 들렸다.
그녀는 도면 한가운데 붉은 표시가 쳐진 부분을 짚었다.
“이번 정밀도 기준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아야 해요.”
이번 프로젝트는 회사의 분기 실적이 걸린 중요한 승부였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전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오차는 마이크로 단위로 잡아야 해. 생산 라인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야.”
차승준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는 기술적인 부분은 몰랐지만 그 한마디가 의미하는 무게를 충분히 알았다.
“우리가 맡긴 공장이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강지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쪽 설비로는 기준에 못 미쳐요. 다시 협의해야 해요.”
그녀는 창밖을 잠시 바라보았다.
“제가 직접 다녀올게요.”
핵심이 걸린 협상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차승준이 곧바로 대답했다.
“좋아요.”
그는 언제나 그녀의 결정을 신뢰했다. 그녀가 내린 결정이라면 어떤 일이든 지지했다.
회의가 끝나자 강지연은 서류를 챙겨 회의실을 나섰다. 남은 건 차승준과 전민호뿐이었다.
차승준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옆자리의 전민호를 팔꿈치로 가볍게 쳤다.
“형 어젯밤은 어땠어?”
그는 일부러 일찍 자리를 비워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줬다.
전민호의 손이 잠깐 멈췄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도면을 말아 들고 조용히 걸어 나갔다.
남은 것은 고요한 뒷모습뿐이었다.
차승준은 문 쪽을 잠시 바라보며 속으로 안됐다고 여겼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강지연은 지금 오롯이 일에만 몰두한 사람이라는 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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