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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끝까지 까밝혀라

차승준이 고른 식당은 고요하고 한적한 곳이었다. 정갈한 요리가 차례로 놓였지만 누구의 젓가락도 신나게 움직이지 않았다. 강지연 앞에 놓인 수저는 거의 그대로였다. 강지연은 조용히 앉아 있었고 표정에는 옅은 허기가 아니라, 지친 마음이 비쳤다. 3년의 결혼은 결국에 한바탕 웃음거리였다. 강지연은 예전에 진태경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은 건 진태경에게는 애초에 자신한테 마음조차 없었다. 임다은 같은 여우 년에게 휘둘리는 남자라면, 눈만 먼 게 아니라 가슴도 멀었다. 차승준은 그런 강지연이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접시마다 반찬을 덜어 주며 중얼거렸다. “지연 누나, 뭐라도 좀 먹어. 요즘 더 말랐잖아.” “그런 인간 때문에 화내지 마. 하나도 안 아까워.” 강지연은 가볍게 웃어 보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입맛은 돌지 않았다. 차승준은 도무지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살짝 눈짓을 보냈다. 차승준의 신호를 받은 전민호의 어깨가 순간 굳었다. 탁자 밑으로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고 손바닥에는 미세한 땀이 맺혔다. 전민호는 강지연의 갸름한 옆얼굴을 보며 하고 싶은 말을 셀 수 없이 떠올렸다. 전민호가 용기를 모아 막 입을 떼려는 순간, 강지연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담담히 말했다. “난 이제 다 먹었어.” 강지연은 곁의 핸드백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천천히 먹어. 좀 피곤해서 먼저 갈게.”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룸을 나섰다. 모든 과정은 그야말로 깔끔했고 그 어떤 미련도, 질척임도 없었다. 전민호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 버렸다. 가슴속에 쌓아 둔 말들이 한 글자도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문간에서 가늘게 사라지는 강지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전민호 눈빛의 온기가 서서히 사라졌고 그 대신 묵직한 상실감이 온몸을 감쌌다. 전민호는 강지연이 일부러 기다려 주지 않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지금의 강지연은 단지 정말 누구와도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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