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한밤의 취기
갈 곳이 없던 진태경은 결국 차를 몰아 민지후가 운영하는 바로 향했다.
진태경은 춤추는 인파를 뚫고 곧장 바 카운터로 갔다.
민지후는 바 뒤에 기대서서 몸매가 돋보이는 바텐더의 손놀림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옆에 그림자가 드리우자 그는 고개를 느긋이 들었다.
냄비 바닥처럼 시커먼 진태경의 얼굴을 본 민지후가 휘파람을 짧게 불더니 말했다.
“어이, 진 대표가 웬일로 우리 구멍가게까지 온 거지?”
민지후는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살짝 구겨진 셔츠에서 시선을 잠깐 멈췄다.
“왜 밤마다 예쁜 여자들을 끼고 흥청망청해도 모자란 거야?”
민지후의 말끝에는 노골적인 놀림이 묻어 있었다.
“아니면 자기 발로 차버린 전처 생각이라도 난 거야?”
그 말에 진태경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진태경은 민지후의 손에 있던 잔을 낚아채더니, 위스키를 단숨에 털어 넣었다.
“꺼져.”
민지후는 어깨를 으쓱했을 뿐, 화를 내지 않았다.
민지후는 진태경을 너무 잘 알았다. 진태경은 대체로 말은 험하게 하지만 속은 여리고 체면만 잔뜩 세우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십중팔구 이번에도 강지연과 얽힌 일일 터였다.
진태경은 빈 잔을 바에 묵직하게 내려놓았다. 그러자 둔탁한 소리가 났다.
진태경은 헐럭해진 넥타이를 잡아당기고는 위스키를 다시 따랐다.
‘미인? 임다은? 왜 다들 나와 임다은 사이게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할머니도 그랬고, 회사 직원들도 그랬고, 이젠 민지후까지 그러는 거야. 내가 도대체 언제 약속했고, 언제 임다은 없이는 안 된다는 태도를 보였단 말이야?’
진태경은 사실 그저 형에 대한 존경과 몸이 약한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일 뿐이었다.
‘그런데 정작에 남들 눈에는, 그게 그렇게 깊은 사랑으로 보였던 걸까.’
진태경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한 잔을 또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내리는 알코올의 매운맛이 진태경의 이성을 활처럼 긋고 지나갔다.
진태경이 연거푸 술을 들이켜는 걸 보다 못한 민지후가 결국 입을 열었다.
“야, 됐어. 좀 적당히 마셔. 무슨 일이든 말로 털어. 내가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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