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좋은 기회
바 안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진태경은 바 카운터에 엎드린 채 의식이 흐릿했다.
하지만 오늘 그는 아예 곯아떨어질 때까지 마시고 싶었다.
그래야만 강지연의 차갑고도 무심한 얼굴이 더는 떠오르지 않을 테니까.
그때 가벼운 발소리가 다가오더니, 가느다란 실루엣이 진태경의 곁에 멈춰 섰다.
임다은은 바에 엎드린 진태경을 내려다보았다.
임다은은 손을 뻗어 진태경의 어깨에 가볍게 닿으며 물길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태경아? 왜 여기서 혼자 이렇게 술을 마시는 거야?”
진태경은 취기가 심해 귓가에 윙윙거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그저 성가시게만 느껴졌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성급히 손을 휘저었지만 어깨 위의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임다은은 기죽지 않고 오히려 더 바짝 붙었다.
진태경의 팔을 부축해 바 의자에서 일으켜 세우려 했다.
“태경아, 많이 취했어.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응?”
이건 마침내 기다려온 기회였다.
‘오늘 밤에 무슨 일만 생기면 나와 태경의 사이는 한층 더 확고해지겠지. 그렇게만 되면 진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는 바로 내 것이 되겠지. 할머니 쪽에서 못마땅해도 상관없어. 진씨 가문의 아이만 품으면 모든 게 자리 잡힐 거야.’
그때, 옆에서 늘어지듯 느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임다은 씨,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
민지후가 보물처럼 아끼는 위스키를 끌어안고 돌아오다가 임다은이 진태경을 다정하게 부축하는 장면을 보았다.
민지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임다은을 위아래로 훑었다.
얼굴은 순해 보이는데 눈빛은 갈고리가 걸려 있었다. 역시 단순한 여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민지후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임다은은 민지후를 보고도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녀는 민지후가 진태경의 친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임다은은 당장 눈가를 적신 채 여린 표정을 지었다.
“민지후 씨, 맞죠?”
임다은은 진태경의 팔을 더 꼭 부여잡으며 지금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나약해 보였다.
“태경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요. 혼자 내보내는 게 걱정돼서... 제가 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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