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마취가 다 풀린 후 송서아가 깨어났다.
그녀가 눈을 뜨자마자 임은우와 송연준이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아야, 우리가 시내 모든 혈액을 끌어모아서 너 수술시켰어. 정말 다행히도 무사히 일어났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바로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
두 사람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걱정과 염려로 가득했지만 송서아는 그저 지치고 피곤할 따름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보았던 광경이 되풀이되었고 온몸에 한기가 끊임없이 감돌았다.
결국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두 사람은 그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몹시 걱정하며 많은 의사를 불러왔다.
그럼에도 송서아는 시종일관 침묵했다.
마지막으로 심리 치료사가 와서 그녀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판단하고 상세한 치료 계획을 세웠다.
임은우와 송연준은 그 계획을 보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교통사고 한 번으로 어떻게 이렇게 큰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죠?”
의사는 신중하게 대답했다.
“이번 교통사고 때문만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전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이 트라우마를 남겼을 수도 있거든요. 두 분께서 지난 몇 년 동안 환자가 겪었던 일들을 자세히 돌이켜보시면 병의 근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송서아는 감옥에 있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걸까?
과거를 회상하던 두 사람은 음악회에 가기 전 그녀에게서 보았던 상처를 떠올렸다.
그들은 송이나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저 그녀가 감옥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거로 생각하며 곧장 비서를 불렀다.
“감옥에 가서 지난 몇 년 동안의 감시 카메라 영상을 어떻게든 확보해 와.”
침대에 누워 있던 송서아의 얼굴에 드디어 약간의 변화가 나타났다.
그녀가 막 고개를 들었을 때 송이나가 나타났다.
송이나는 비서를 불러 세우더니 휠체어를 타고 들어와 가장 먼저 송서아를 쳐다보며 가련한 척 입을 열었다.
“언니, 차 안에서 왜 갑자기 날 때렸어? 내가 뭘 잘못한 거야?”
이 말이 나오자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두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날카롭게 질책했다.
“이나가 선심 써서 너를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또 우리 몰래 손찌검을 한 거야?”
“교통사고가 단순한 사고인 줄 알았는데 네 질투심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구나!”
두 남자의 차가운 시선에 송서아는 옷자락을 꽉 쥐고 겨우 마음속 분노를 억눌렀다.
“얘가 먼저 기사를 내쫓고 차 문을 잠근 채 내리지 못하게 했어. 그러더니 차 안 스크린에 내가 감옥에서 겪었던...”
송이나는 적절한 타이밍에 그녀의 말을 끊고 눈물을 글썽였다.
“내가 예전에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줄곧 참회하고 잘못을 뉘우치며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어. 이건 오빠랑 은우 씨도 다 알 거야. 나는 단지 심리적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어서 운전할 수 있을지 시도해 본 것뿐인데...”
임은우와 송연준은 서둘러 송이나를 품에 안고 끊임없이 위로하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송서아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냉담하게 되물었다.
“언제까지 발뺌할래? 분명 네가 날 차로 치어 죽이려고 했잖아, 블랙박스에 다 찍혔어!”
송이나는 더 크게 울면서 글썽이는 눈으로 두 남자를 쳐다봤다.
“나 거짓말한 거 아니야. 못 믿겠으면 블랙박스 한번 확인해봐.”
곧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전의 블랙박스 영상이 도착했다.
송서아가 차 안에서 이성을 잃은 모습을 보이자 송연준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한없이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째려봤다.
“네가 고의로 복수하려고 이나가 운전하는 걸 방해해서 사고가 난 거잖아! 변명할 가치도 없네 이건!”
블랙박스가 마지막 몇 분만 녹화될 줄이야.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워 한참 멍하니 있다가 목걸이에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다. 황급히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목걸이를 잡아 뜯으며 두 남자에게 말하려고 했는데...
“나 증거 있어.”
“그만해!”
임은우는 실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분노를 억누르듯 말했다.
“대체 언제까지 깽판을 칠 거야? 예전에 네가 이나를 괴롭힐 때는 그저 사소한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갔어. 하지만 어제는 하마터면 이나 죽일 뻔했어. 네 자리를 빼앗았다고 그렇게 미워하는 거야? 잊지 마, 서아야, 이나야말로 송씨 일가의 진짜 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