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송서아는 병원에서 3일 동안 입원했다.
임은우와 송연준은 자주 찾아왔지만 매번 몇 분만 앉아 있다가 떠났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송서아는 그들이 송이나를 돌보러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올 때마다 송이나가 도발의 메시지를 보내왔으니까.
[은우 씨가 직접 생선 수프 끓여다 줬는데 다 못 먹겠다고 했더니 남은 거 언니 갖다 주라고 하던데? 남은 국물 마시고 있어?]
[나 십 분 정도 눈 붙였는데 오빠들 너 보러 갔었나 보네? 하긴, 내가 깨어 있을 때는 심심하지 않게 수다도 떨어줘야 하니까, 언제 너까지 챙기겠어?]
송서아는 별안간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16살에 맹장염으로 입원했을 때, 두 남자가 병실을 떠나지 않고 곁을 지켰던 일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그녀가 국을 한 모금 마시려고 하면 두 남자는 번갈아 가며 식혀주려 했고 검사를 받으러 갈 때마다 그녀보다 더 긴장하며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했다.
이제 모든 것은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이제 그만 남자친구와 오빠를 단념해야 한다.
퇴원하는 날, 송서아는 혼자 퇴원 수속을 밟았다.
막 문에 도착했을 때, 임은우와 송씨 일가 남매를 보았다.
송이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언니, 요즘 은우 씨랑 연준 오빠가 시간 내서 나랑 있어 주느라 밀린 업무가 꽤 많아졌대. 그냥 우리 둘이 함께 돌아갈까?”
그녀의 표정을 보자 송서아는 온몸에 한기가 느껴졌고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니, 택시 타고 갈게.”
그 말을 듣자 두 남자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드러났다.
“아직 다 안 나았으면서 무슨 택시를 타. 내가 기사한테 너희 둘 다 데려다주라고 할게.”
그들은 말하면서 송서아를 조수석에 밀어 넣고 차 문을 닫았다.
송이나가 유유히 뒷좌석에 앉은 후 차가 즉시 출발했다.
송서아는 눈꺼풀이 계속 떨리는 게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교외에 들어서자 조용히 있던 송이나가 갑자기 기사에게 차를 갓길에 세우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기사를 내쫓고 운전석에 앉아 송서아를 돌아봤다.
“걱정 마. 5년이나 지났으니까 나도 운전 실력 많이 늘었어. 절대 사람 죽이는 일은 없을 거야.”
순간 송서아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몸을 돌려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송이나는 곧바로 차 문을 잠그고 엑셀을 끝까지 밟았다.
송서아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서 두 손으로 좌석을 꽉 움켜쥐었다.
이토록 겁에 질린 그녀의 모습에 송이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뺑소니친 건 난데 네가 왜 이렇게 졸아? 혹시 불쾌한 기억이라도 떠올랐어? 그러고 보니 감옥에서 지냈던 몇 년이 꽤 인상 깊었겠네?”
곧이어 송이나가 차량용 TV 전원을 켜자 화면에 감시 카메라 영상이 나타났다.
화장실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구타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자 송서아는 동공이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었다.
처절한 비명이 좁은 차 안에 울려 퍼졌다.
무형의 손이 그녀를 붙잡아 감옥에서 보냈던 암흑의 시간으로 끌고 가는 듯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자신에게 쏟아졌던 딱딱한 주먹과 몽둥이를 떠올렸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이 몸에 닿자 또다시 냉동 창고에 갇힌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화면 속 영상을 보고 있자니 이미 치유된 상처들을 또다시 후벼팠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송서아는 미친 듯이 차 문을 두드려대며 이곳에서 벗어나려 했다.
송이나는 그 틈을 타 영상을 끄고 그녀의 안전벨트까지 풀더니 블랙박스를 켰다.
바로 다음 순간, 블랙박스에는 송서아가 비명을 지르며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 모습이 녹화되었다.
그녀는 송이나의 손을 꽉 잡으며 피가 뭉친 손톱자국을 냈다.
송이나는 즉시 아픈 척하며 핸들을 급하게 몇 번 꺾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오른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송서아의 몸은 차창에 세게 부딪혔다.
붉은 피가 부서진 유리창을 따라 흘러내렸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서서히 의식을 잃었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송서아는 희미하게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온 힘을 다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임은우와 송연준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송이나의 병상에 둘러싸여 의사에게 실성한 듯 따져 묻고 있었다.
“왜 아직 수술을 안 하는 거죠? 이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당신들 책임질 거야?”
“임 대표님, 송 대표님, 일단 진정하세요. 병원에 현재 혈액이 부족하여 수술을 한 건밖에 할 수 없어요. 송이나 씨는 부상이 비교적 가벼우니 송서아 씨를 먼저 수술하는 것을 권장하는 바예요. 안 그랬다가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두 남자는 서로 마주 보며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간호사가 급하게 뛰어 들어와 수술실 준비가 끝났다면서 어느 환자를 먼저 수술할지 물었다.
임은우와 송연준은 무의식적으로 같은 이름을 불렀다.
“이나요!”
그 순간 송서아는 온몸에 기운이 쫙 빠졌다.
그녀는 무거운 눈을 감고 끝없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