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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경호원이 한참 후에야 현장에 도착하여 질서를 유지하고 송서아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녀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흘러나온 피가 옷을 붉게 물들였다. 덤덤해진 검은 눈동자, 얼굴에는 절망의 끝을 본 듯한 표정이 드러났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고 구석에 웅크린 채 몸을 파르르 떨었다. 경호원들은 그녀가 살인자라는 말을 듣고 약간 겁을 먹은 듯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하나둘씩 떠나갔다. 곧 경비원이 문을 잠그고 난방을 끈 채 퇴근했다. 휴식실에는 송서아 혼자 남았다. 예전에 감옥에 있을 때, 맞고 나서 밤에 울면 험악한 얼굴을 한 죄수들에게 또 혼쭐이 났었다. 송서아는 결국 온몸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감히 소리 내어 울지 못했다. 기나긴 밤, 겨울의 찬바람이 스며들어와 그녀의 온몸에 멍들고 찢긴 상처들을 얼어붙게 했다. 그녀는 그저 웅크린 채 손을 힘껏 깨물었고 입안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날이 밝아오자 휴대폰 벨 소리가 송서아를 어둠 속에서 깨웠다. 화면에 뜬 [오빠]라는 두 글자에 생명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신 버튼을 눌렀다. “효주야, 수속은 잘 끝났어?” 걱정으로 가득 찬 따뜻한 목소리를 듣자 송서아는 밤새 참아왔던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왔다. 입을 열려는 순간,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벌컥 열렸다. 혹여나 나쁜 사람들이 또 온 줄 알고 오빠에게 피해가 갈까 봐 두려워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쏟아지는 아침 햇살 속에서 송연준이 달려왔고 눈가에 초조함이 가득했다. “가자, 서아야.” 임은우는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고 말투에는 숨길 수 없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괜찮아. 우리랑 함께 당장 여길 떠나.”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송서아는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녀는 예전처럼 울면서 그동안 겪었던 억울함을 호소하고 위로를 구하지 않았다. 그저 얼굴을 가리고 눈 부신 햇살을 피할 뿐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후, 의사는 진정제를 놓아준 후에야 그녀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다. 송서아는 곧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 꿈속에서도 그녀는 공포에 질린 불안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꽉 쥐고 놓지 않으려 했다. 이토록 초췌한 모습에 두 남자는 죄책감을 느꼈다. 그들은 어릴 때처럼 번갈아 가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제야 송서아도 서서히 진정됐다. 송연준은 계속 울리는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아 누구 전화인지 확인하려 했는데 송서아가 갑자기 깨어나 휴대폰을 앗아갔다. 그녀의 긴장한 표정과 방금 힐끗 본 메모에 송연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서아야, 이 사람 무려 한 시간이나 너한테 전화했어. 대체 누구야? 왜 해외 번호지? 그리고 왜 [오빠]라고 저장해 놨어?” 송서아는 눈빛이 흔들렸고 이제 막 입을 열려던 순간, 비서가 들어왔다. “임 대표님, 송 대표님, 이나 씨 깼어요.” 이 소식을 듣자 두 남자는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잘 쉬라는 말만 남기고 떠나갔다. 그들이 몸을 돌리자 송서아는 왠지 모르게 안도감을 느꼈다. 그녀는 오빠에게서 온 60번째 전화를 받고 그저 악몽을 꿨을 뿐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그제야 안심하며 몇 마디 더 당부했다. “네 계좌에 돈을 좀 넣어놨으니까 뭐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 아, 그리고 올 때 전세기 타고 와. 그래야 오빠가 시름이 놓여.” 메시지를 열고 1억 원이 입금되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송서아는 한참 동안 침묵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 그녀는 결국 울먹이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꼬맹이가 새삼스럽게! 넌 내 유일한 친동생이야. 평생 지켜줄 거고 내가 가진 모든 걸 네게 줄 거야.” 전화기 너머로 오빠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투는 봄바람처럼 송서아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해 주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입양된 고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에게도 오빠가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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