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송서아는 계정에 로그인하여 해명하려 했지만 모든 계정이 정지돼버렸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악플에 그녀는 한순간 암흑으로 가득 찬 감옥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죽어, 창녀, 살인마, 쓰레기...]
이런 단어들이 해일처럼 뇌리에 밀려들어 신경을 마구 짓눌렀다.
그녀는 끝없이 펼쳐진 깊은 바다에 빠져 익사할 것 같았다.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워진 방, 그녀는 눈물이 메마르고 목이 다 잠겼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
마지못해 이불 속에 웅크린 채 악몽을 꾸는 듯 덜덜 떨었다.
“욕하지 마세요. 저는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너무 아파요. 때리지 마세요. 저는 살인자가 아니에요. 제발, 제발요!”
“만지지 마! 만지지 말라고!”
이불을 들추자 임은우와 송연준은 모두 표정이 굳어 버렸다.
며칠 동안 그녀를 가둬두며 따끔하게 혼내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토록 겁에 질린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자 다들 끝내 마음이 약해졌다.
송연준은 가정부더러 따뜻한 국을 끓여오게 했고, 임은우는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서아야, 왜 그래? 말 좀 해봐.”
“네가 일부러 이나를 해치지 않았더라면 우리도 이렇게까진 안 했을 거잖아. 잘못을 뉘우쳤으니 앞으로는 다시 그러지 마.”
송서아는 공포에 휩싸여 있는 힘껏 그들을 뿌리치고 홀로 구석으로 숨어 버렸다.
도망치는 와중에 그녀의 손목과 다리에 있는 끔찍한 상처들이 드러났다.
이 광경을 본 두 남자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벽에 기댄 송서아는 겨우 이성을 되찾았다.
그녀는 이불을 끌어안고 무기력한 눈길로 두 남자를 바라보더니 씁쓸하게 웃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어떻게 된 거겠어? 감옥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 너희가 말하는 그 착하디착한 동생 송이나가, 개미 한 마리도 밟지 못하는 송이나가 사람들을 잔뜩 매수해서 나를 잘 보살펴주라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연준이 굳은 표정으로 대뜸 잘랐다.
“이것도 이나 탓으로 돌릴 거야? 그 어린 애가 뭘 안다고 사람들을 매수해?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임은우 역시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말투가 차가워졌다.
“우리가 분명 감옥에 사람을 보내서 너를 잘 돌봐주라고 했어. 비록 감옥에 갇혀 있긴 했지만 나름 잘 지냈을 텐데? 왜 이렇게 이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나이도 비슷한데 사이좋게 지낼 수는 없는 거야?”
그들의 태도가 순식간에 돌변하자 송서아는 피식 웃었다.
더 이상 설명해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그녀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남자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그녀를 일으키고 음악회에 가서 기분 전환을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극장에 도착하여 입구에 걸린 포스터를 보고 나서야 송서아는 그들이 이곳에 온 목적을 알게 되었다.
단연코 그녀에게 음악회를 들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송이나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다시 발걸음을 멈추자 송연준은 한숨을 쉬었다.
“이나가 올해 첫 공연에 너를 특별히 초대했어. 속 좁게 굴지 말고 이번 기회에 앙금을 푸는 게 어때?”
임은우도 선뜻 그녀의 손을 잡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공연은 세 시간 동안 이어졌고 무대 위의 송이나는 반짝반짝 빛나며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송서아는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뜨거운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고, 그녀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막 문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나와 돌멩이, 채소 찌꺼기, 썩은 달걀을 마구 내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
“살인마다! 다들 와서 살인마 좀 구경해요.”
“내 아들이 저 여자 때문에 죽었어. 충분히 살릴 수 있었는데 저년이 도망쳤어. 감히 뺑소니를 치다니, 천벌 받을 년!”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얼굴들을 보자 송서아는 곧장 이들이 몇 년 전 송이나가 실수로 치어 죽인 사람의 가족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송이나를 쳐다봤는데 옆에서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제야 공연 전 송이나가 자신에게 큰 선물을 주겠다고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사람을 죽여 놓고 유가족들을 이용하여 이런 짓을 하다니, 일말의 죄책감, 두려움, 후회도 없는 걸까?
송서아는 그 자리에 굳어 버린 채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달걀이 얼굴에 부딪히며 비릿한 냄새를 풍겼고 돌멩이에 머리를 맞아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녀는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욕설을 듣고 손가락질하는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며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멍한 가운데 자신에게 달려오는 임은우와 송연준을 보았다.
두 사람이 인파를 헤치고 다가와 그녀를 보호하려는 듯했다.
“서아야!”
그러나 바로 눈앞에서 누군가 송이나가 기절했다고 소리치자 두 남자 모두 일제히 몸을 돌렸다.
망설임 없이 무대 위로 달려가는 그들, 더 이상 송서아를 쳐다보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