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0화
은해성은 어쩌면 상회를 파는 것이 아닌 유진희를 만나는 것을 목적으로 이번 거래를 제안했을 수도 있었다. 유진희를 잊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이 어찌 됐든 여기까지 온 이상 불확실한 미래를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유진희 혼자 왔더라면 포기하고 돌아갔을 수도 있겠지만 임동현과 함께 있으니 은해성쯤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용기 내 손을 들어 짧게 노크했다.
“똑똑똑.”
“들어와요.”
VIP룸 안에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조금 전 휴대폰에서 들려오던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였다.
유진희가 먼저 들어가고 임동현이 뒤따랐다. 투각장의 책임자는 문이 잘 닫고서는 바로 자리를 떴다. 이곳은 허락 없이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남자는 출입문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VIP룸의 한쪽 벽면을 차지한 커다란 통유리 밖으로는 여전히 전투 중인 야수들이 보였다. 남자의 양쪽에는 또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왼쪽에는 중년 남자, 오른쪽에는 노인이 있었는데 실력 좋은 부하로 보였다.
VIP룸은 크고도 화려했다. 또 투각장의 가장 위층에 있어서 전투 상황이 한눈에 알렸다. 전투를 구경하기에 최고의 장소라고 할 수도 있었다. 비명과 환호로 가득한 바깥과 달리 이곳은 조용하기만 했다.
세 사람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을 법도 한데 몸을 돌리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눈치챈 유진희는 혹시라도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을까 가만히 있기만 했다. 물론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닌,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 임동현을 귀찮게 할까 봐서 말이다.
은해성은 류성주보다 훨씬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은씨 가문이 8대 가문에서의 서열이 류씨 가문보다 낮기는 하지만 실력은 엇비슷했다. 게다가 은해성은 가문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 이것 하나만으로 류성주보다 대단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VIP룸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10초...
20초...
30초...
시간이 사정없이 흐르는 와중에도 상대가 몸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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