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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황보희월은 자신의 착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기도 했다. 한 평생 임동현 외의 다른 남자를 만날 일은 없을 것 같으니 말이다. 이 정도 노출은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임동현이 갑자기 덮쳐온다고 해도 그녀는 전혀 반항할 생각이 없었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면 몰라도... 임동현이 자신의 가슴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을 보고 황보희월은 일부러 허리를 더 곧게 폈다. 그녀의 움직임에 정신 차린 임동현은 어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거뒀다. “국수 한 그릇 끓여서 갖고 왔어. 식기 전에 얼른 먹어!” “고마워.” 황보희월이 그릇을 받아 들며 인사했다. “그럼 난 이만 갈게. 안녕!” “그래.” 황보희월은 부랴부랴 나가는 임동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도 임동현이 종종 국수를 끓여주기는 했지만 번마다 주방으로 내려가서 먹었지 방까지 배달해 준 것은 처음이었다. 방까지 배달해 주는 것은 운서만 누릴 수 있는 대우였다. 심지어 말투와 눈빛까지 약간 변한 것이 전보다 태도가 훨씬 좋아졌다. 그의 눈빛에는 약간의 측은함도 있었다. ‘혹시 드디어 나를 받아들인 건가?’ 황보희월은 두 눈을 반짝이며 행복한 생각에 잠겼다. 임동현이 다른 시공간에서 두 사람의 결말을 봤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오전. 임동현, 운서, 그리고 황보희월까지 전부 거실에 앉아있었다. 이곳은 운서의 집이 아닌 서울 다른 곳에 위치한 별장이었다. 운서의 부모님이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함께 지내기 불편해 임동현이 다른 별장을 알아봤고 두 사람도 함께 이사하게 되었다. “나 두 사람한테 할 말이 있어.” 임동현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말해, 듣고 있어.” 운서가 답했다. 황보희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동현이 둘을 함께 불러준 것에 묵묵히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는 임동현이 그녀에 대한 인정을 뜻하기도 했다. “지구의 네트워크가 3급 문명 은하계의 네트워크와 연결됐어. 두 사람도 종종 은하계의 소식을 보는 게 좋을 거야.” “은하계? 그게 지구를 침공하려는 외계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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