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임도현은 유성 그룹 꼭대기 층의 통유리 창 앞에 서서 발아래로 펼쳐진 서울의 수많은 네온사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무실 안에서 뉴스 보도가 반복 재생되고 있었고 그는 정장의 소매를 정리하며 곧 유지훈이 맞닥뜨리게 될 수많은 문제들을 떠올리고는 씩 웃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고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와 서류 한 묶음을 내밀었다.
“임 대표님, 모든 절차가 완료됐습니다. 유성 그룹의 핵심 자산은 전부 대표님 명의로 이전되었습니다.”
“아주 좋아.”
임도현은 만년필을 들어 서류에 거침없이 서명한 뒤 말했다.
“홍보팀에 연락해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전해.”
그날 오후 서울 금융센터 회의장은 기자들로 가득 찼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임도현은 플래시 세례 속에서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단상에 섰다.
“최근 온라인상에 떠도는 각종 의혹에 대해 오늘 이 자리에서 명확히 해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첫째, 최가인 씨와 저는 단순한 지인 관계일 뿐이고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은 전부 사실이 아닙니다. 둘째, 유성 그룹의 위기는 전임 경영진의 판단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며 임진 그룹은 적절한 시점에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데 그때 갑자기 회의장에서 녹음 파일이 재생됐다.
“유지훈이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면 본인이 누구랑 잘 어울리는지 알게 될 거야!”
최가인의 말투는 광기에 가까웠다.
“서류는 전부 준비해 놨어. 네가 나한테 약속했잖아, 이번 일이 끝나면 내가 원하는 건 다 갖게 해주겠다고!”
이어 임도현의 웃음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물론이지. 넌 나의 공범인데.”
회의장은 순식간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임도현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리모컨을 눌렀다.
“방금 들으신 것처럼 이 모든 일은 최가인 씨가 혼자 벌인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더 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최가인은 자신의 아파트에 숨어 TV 생중계를 지켜보며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진동했고 화면에 낯선 번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