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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소희야, 뉴스 봤어?”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이민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지훈이랑 최가인, 이번에 진짜 끝장이야.” 그러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이소희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오빠, 난 이제 그 사람들 신경 안 써. 여기 수업이 너무 빡세서 당분간은 한국에 못 들어갈 것 같아. 오빠를 보러 가기 어렵네.” 이민준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통유리 창 앞으로 걸어가 멀지 않은 곳의 빌딩 숲을 바라봤다. “그래, 오히려 잘됐어. 이런 시끄러운 일에서 멀어질 수 있어서 좋으니까. 그런데 너, 서윤호 그 녀석이랑은 좀 어때?” 무거운 이야기는 둘 다 말하지 않기로 한 듯 자연스럽게 건너뛰었고 이민준이 화제를 돌렸다. “윤호 오빠? 되게 잘해줘. 지난주에는 나를 데리고 전시회도 다녀왔어.” 이소희의 목소리는 드디어 긴장이 풀렸고 웃음기까지 섞였다. “다행이네. 그 녀석, 여러모로 괜찮긴 해. 그런데 너도 억지로 맞추려 하진 마.” “응, 알아. 걱정하지 마...” 이소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민준은 수화기 너머로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곧 이소희가 다시 말했다. “오빠, 나 이제 수업 들어가야 돼. 나중에 또 전화할게.” 전화가 끊기고 이민준은 한동안 휴대폰 배경화면에 떠 있는 그와 이소희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들리던 이소희의 경쾌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그는 시선을 내리깔고 손으로 유리창을 짚었다. 그 차가운 촉감은 예전에 이소희의 얼굴을 타고 떨어지던, 뼛속까지 시린 눈물을 떠올리게 했다. 이민준은 마침내 결심한 듯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이민준입니다. 유성 그룹의 위조 장부 사건과 관련해 제가 제공할 수 있는 자료가 좀 있습니다. 아마... 꽤 흥미로우실 겁니다.” 한편 바에서 유지훈이 독한 술을 연거푸 들이켜고 있었다.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은 하나둘 그를 피했고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형제 같은 사이라고 할 땐 언제고...’ 그는 임도현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 자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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