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제가 왜 하필 나비를 선택했는지 아세요?”
이소희가 불쑥 물었다.
서윤호는 손에 들고 있던 디자인 시안을 내려놓고 그녀의 귀 뒤에 새겨진 문신을 바라봤다.
“고치를 찢는 고통을 겪어야만 나비는 날개를 펼 수 있으니까요. 맞죠?”
펜을 쥔 이소희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가 8년 동안 품어 온 사랑이 그녀에게 남긴 건 한바탕 웃음거리에 불과했다.
이소희는 자신이 영원히 비가 내리던 그날 밤, 유지훈이 최가인을 선택하고 자신을 버렸던 바로 그 순간에 갇혀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혹시 내가 필요하다면 말이에요.”
서윤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다음 주면 패션위크죠. 쇼에 건축적인 구조가 필요하다면 제가 조언해 줄 수 있어요.”
그는 이소희의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그저 조용히 앉은 채 선택권을 온전히 그녀에게 맡겼을 뿐이었다.
이소희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서윤호의 목소리는 아주 낮고 부드러웠지만 마치 열쇠처럼 그녀가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어젖혔다.
서윤호는 문가에 서서 이소희가 먼저 손짓해 주길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창밖의 매서운 바람은 여전히 멎을 기미가 없었고 원래 적막하던 작업실에 달콤한 우유 향이 가득 퍼졌다.
그 후 일주일 동안 이소희는 패션위크 준비에 매달렸고 해가 창밖에서 떴다 지기를 반복했다.
피곤한 이소희는 또 한 번 하품했다. 그녀는 벌써 세 날이나 밤을 새웠는데 쇼 개막날이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무대 연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소희의 발치에 있는 구겨진 종이들은 발등까지 쌓일 정도였고 그녀의 몸은 이미 한계를 알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여기가 아직도 마음에 안 들어...”
이소희가 멍해 있을 때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서윤호가 문가에 서 있었고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는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이소희는 서윤호의 작업실로 들어가 안을 둘러봤다. 그의 작업실에 소나무 향과 연필 가루 냄새가 섞여 있었고 도면들은 어질러져 있으면서도 질서 있게 긴 테이블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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