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유지훈은 뉴욕 5번가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눈은 금세 녹아 사라졌고 그는 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걸린 패션위크의 대형 포스터를 바라봤다. 그 한가운데 선명하게 적힌 이름, [이소희].
국내의 일은 아직 정리되지도 않았다. 부모의 질책, 이사회가 가하는 압박,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의 배신, 경쟁자들의 노골적인 조롱까지.
유지훈은 태어나 처음으로 차가운 시선과 무시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는 개인 자산 일부를 처분하고 회사를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고는 모든 걸 뒤로하고 홀로 뉴욕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손님, 쇼장에 입장하려면 초대장이 필요합니다.”
보안 요원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유지훈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초대장이 없는 그는 이소희와 아는 사이라고, 그녀를 만나러 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그는 누구인가, 그리고 이소희에게 어떤 존재인가. 머릿속에서 정리해 보았지만 유지훈이 내놓을 수 있는 신분은 단 하나였다. 바로 이소희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입힌 구제불능의 인간.
유지훈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쇼장은 환한 조명으로 가득했고 그 안에서 이소희는 검은 롱드레스를 입은 채 키가 큰 아시아계 남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밝고 자연스러운, 진심 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건 유지훈이 8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표정이었다.
남자는 몸을 기울여 이소희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고 그의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 뒤에 있는 나비 문신을 스쳤다.
하지만 이소희는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그의 손길을 편안하게 받아들였다.
그러자 유지훈의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붙잡힌 듯 꽉 조여 왔다. 한때 이소희는 온 마음을 다해 그를 사랑했지만 유지훈은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마음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이제 유지훈은 눈보라 속에 홀로 서서 유리 너머로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미소 짓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유지훈?”
등 뒤에서 익숙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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