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그 순간 유지훈의 동공이 확 수축했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 난...”
“지훈 오빠.”
이소희가 그의 말을 단호하게 끊고 또박또박 말했다.
“지금 오빠가 이렇게 된 건 전부 오빠가 자초한 거예요. 당연한 결과고 솔직히 말하면 자업자득이죠.”
그녀는 유지훈의 손을 확 뿌리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눈보라 속으로 걸어갔다.
그 자리에 멈춰 있는 유지훈은 어깨 위에 눈이 소복이 쌓이는 것도 몰랐다.
문득 오래전의 기억이 스쳤다. 골목 어귀에서 눈이 빨개진 채 그가 돌아보길 기다리던 어린 소녀 말이다.
눈은 점점 더 거세졌고 이소희는 쌓인 눈을 밟으며 빠르게 걸었다. 그녀의 속눈썹에 잘게 부서진 얼음 결정이 맺혔다.
이소희는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유지훈이 아직도 따라오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서서 소리치려는 순간, 길모퉁이에서 길고 곧은 실루엣 하나가 나타났고 검은 코트 자락이 바람에 날카로운 곡선을 그렸다. 서윤호였다.
그는 검은 우산을 들고 있었고 코끝이 빨갛게 언 이소희를 보자 눈빛이 부드러워졌다가 그녀의 뒤쪽에 있는 사람을 보자마자 다시 눈빛이 차가워졌다.
“소희야.”
서윤호는 빠르게 다가와 우산으로 바람과 눈을 막아 주었다.
그는 빨개진 이소희의 손을 보더니 말도 없이 그녀가 들고 있는 디자인 시안을 가져갔다.
“왜 장갑도 안 끼고 나왔어?”
이소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몸이 풀린 그녀는 자연스럽게 서윤호에게 몇 걸음 더 다가갔다.
“깜빡했어요.”
유지훈은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췄고 두 남자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마치 칼집에서 빠져나온 두 자루의 검처럼.
“이분은 누구야?”
서윤호는 말투가 차분했지만 이소희를 뒤로 물리며 자신의 뒤에 숨겼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이소희는 목도리를 고쳐 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묻혔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분명히 들렸다.
유지훈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서윤호의 눈빛이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건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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