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2화

그 시각 클럽의 프라이빗 룸 안에서 유지훈은 휴대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고 미간이 점점 깊게 찌푸려졌다. 그는 이소희가 울며불며 난리를 칠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이렇게 담담하게 반응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뭐라고 답장 왔어?” 옆에 있는 친구가 다가와 그의 휴대폰 화면을 훔쳐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야? 이게 끝이야?” “이상하네.” 다른 친구가 턱을 만지며 말했다. “걔가 너한테 얼마나 매달렸는데,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잖아.” 다들 영문을 모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손뼉을 쳤다. “야, 설마... 아까 여기 왔다가 문 앞에서 우리가 하는 얘기 다 엿들은 거 아니야? 애를 낳았다는 것도 가짜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연기라는 거 다 알아버린 거 아니냐고. 그래서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거 아닐까?” 친구의 분석을 듣고 유지훈은 표정이 더 굳어졌다. 그가 아는 이소희라면 그녀가 오랫동안 좋아한 유지훈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아이까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 난리가 났을 터였다. 그런데 그녀가 이렇게 침착한 건 아마 진실을 알고 일부러 물러나는 척, 이른바 그와 밀당하는 게 분명했다. 다른 친구들도 곧바로 그 말에 동의하며 각자 의견을 보탰다. “그럼 지훈아, 그냥 이참에 최가인이랑 계속 연기해. 감정 키우기엔 이만한 기회도 없잖아. 소희가 아직 마음을 접었을 리가 없지만 네가 진짜로 가인이랑 잘 되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어.” “맞아. 소희가 무슨 태도를 보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고 네가 좋아하는 사람부터 확실히 잡는 게 중요해. 일단 네가 첫걸음을 내디디면 나머지는 다 해결될 거야.”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이민준이 들어왔다. 그의 시선은 곧장 유지훈에게 꽂혔다. “지훈아, 나와. 소희 얘기 좀 하자.” ‘설마 소희가 벌써 민준이한테 말한 건가?’ 유지훈이 느릿하게 고개를 들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지훈아, 지금 시간 돼? 네 친구 동생을 속이기 위해 같이 연기해 달라며. 그럼 지금 나랑 아기 용품 고르러 가자. 그래야 더 그럴듯하지.” 최가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리자 유지훈은 고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응, 지금 나갈게.”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민준에게 말했다. “나중에 얘기하자. 오늘은 좀 바빠.” “잠깐이면 되는데...” 급히 나가는 유지훈의 뒷모습을 보며 이민준이 붙잡으려 했지만 친구들이 말렸다. “됐어, 민준아. 지훈이 지금 좋아하는 사람 만나러 가야 해.” “그래, 너도 알다시피 지훈이가 최가인을 오래 좋아했잖아. 이제야 고백할 기회가 생겼는데 너도 이제 네 동생이랑 엮으려고 하지 마.” 그 말에 이민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난 그럴 생각 없어.” 그는 유지훈에게 이소희가 이미 마음을 정리했고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소희가 앞으로 더 이상 유지훈을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는 말도 전하려 했지만 기회를 뺏겨 버렸다. 하룻밤을 쉬고 난 뒤 이소희는 비자를 신청하러 갔고 담당자는 빠르면 2주 안에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집에서 이삼일 쉬는 사이, 이민준의 생일이 되었다. 이민준은 워낙 사람을 끌어모으는 걸 좋아해 매년 이맘때쯤 생일 파티를 열었고 이번에 이소희는 단정한 드레스를 입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홀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이민준의 친구들도 거의 다 모였다. 그러나 이소희는 그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일부러 피해 다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지훈이 한 손으로 최가인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이를 안은 채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분이 좋은 듯 밝은 그의 얼굴에 주변에서는 부러움 섞인 말들을 전했다. “지훈이가 제일 먼저 결혼할 줄은 누가 알았겠냐. 십몇 년이나 최가인을 좋아했다더니, 드디어 결혼도 하고 애까지 다 가졌네. 인생 성공했다, 성공했어.” “그러게 말이야. 그동안 지훈이를 좋아했던 애들만 불쌍하지. 마음이 찢어졌겠어. 하하하.” 그러나 그런 말들이 들려와도 이소희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잠시 후 유지훈은 최가인을 데리고 그녀 앞으로 와 담담하게 말했다. “소희야, 아직 소개 안 했지? 이쪽은 내 와이프랑 아이야.” 순식간에 주변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고 이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언니, 안녕하세요.” 최가인은 아주 자연스럽게 먼저 손을 내밀며 상냥하게 웃었다. “소희 씨 맞죠? 지훈이한테서 소희 씨에 대한 얘기를 여러 번 들었어요. 아직 나이가 어려서 마음이 헷갈릴 수 있지만 이제 지훈이한테는 나랑 아이까지 있으니까 소희 씨가 마음을 정리해도 될 것 같아요. 우리 다음 달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니까 꼭 와줘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