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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문 앞에 갑자기 나타난 유지훈을 보자 이소희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부인했지만 유지훈은 본능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언제부터 거짓말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했어? 비행기 티켓은 왜 끊은 거야, 어디 가려고?” 그의 연이은 추궁에 이소희는 잠시 침묵하다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는 곧 결혼할 거잖아요. 제가 어디를 가든 이제 오빠랑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 유지훈은 원래도 이소희를 의심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듣자 모든 게 또 그녀의 계산이라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굳었다. “그래, 나랑 상관없지. 가인이가 네가 걱정된다고 해서 대신 와본 거야.” “저는 괜찮으니까 이만 돌아가세요.” 이렇게까지 선을 긋는 이소희의 태도에 유지훈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간호사가 노크를 하고 들어와 재검사를 안내했다. 다리를 다친 이소희는 혼자 힘으로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유지훈이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고 이소희는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한 뒤 혼자 휠체어를 밀며 나가려 했다. 그녀가 온몸에 상처를 달고 불편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유지훈은 마음이 쓰였는지 휠체어를 대신 밀어줬다. “검사실이 어디야? 내가 데려다줄게.” “괜찮아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이소희가 거절했지만 유지훈은 고집을 부리며 병실 밖으로 휠체어를 밀고 나갔다. 검사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최가인과 정면으로 마주쳤고 그녀를 보자마자 유지훈은 즉시 휠체어에서 손을 놓고 다가갔다. 그런데 하필 내리막길이라 휠체어가 미끄러져 내려갔다. “아!” 곧바로 화단에 부딪힐 것 같아 긴장한 이소희는 이를 악물고 휠체어에서 몸을 굴렸다. 그녀는 바닥에 세게 넘어지며 손과 무릎이 쓸렸고 상처 사이로 피가 배어 나왔다. 이소희는 고통에 신음하며 찢어진 상처를 꽉 잡았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최가인은 놀란 표정으로 다가와서 고장 난 휠체어와 이소희의 상처를 보고는 유지훈의 팔을 잡고 말했다. “지훈아, 소희가 다쳤잖아. 휠체어도 망가졌고. 네가 안아서 치료실로 데려가.” 그런데 그 말을 듣자 유지훈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이소희를 보더니 곧바로 최가인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나 곧 결혼하는데 다른 여자를 안을 수는 없어.” 그 한마디가 날카롭게 이소희의 마음을 찔렀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고 손바닥에 피가 번졌다. 최가인은 유지훈을 설득하기를 포기하고 대신 새 휠체어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자 유지훈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최가인은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지훈이는 원래 저래. 항상 내 말밖에 안 들어.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날 호텔에서 네가 다친 거,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 그런데 마침 아이가 며칠째 열이 나서 내가 어디를 갈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대신 지훈이를 보낸 건데 또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가 잘못했어. 미안해.” 이소희는 오늘 그녀가 또 무슨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고 통증을 참으며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이미 말했잖아요. 전 더 이상 지훈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두 분이 연기하는 거든, 아니면 진짜로 결혼하든 전 신경 안 써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휘청거리며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최가인은 끝까지 놓아주지 않고 따라왔다. “너 나랑 지훈이가 연기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구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풍덩’하는 소리가 들려 이소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도와달라고 하는 최가인을 보고 이소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손을 뻗었다. 그때 막 돌아온 유지훈은 이 광경을 보고 미친 듯이 달려와 물 안으로 뛰어들어 최가인을 끌어올렸다. 창백한 얼굴로 기침하는 그녀를 안고 있는 유지훈은 곧바로 이소희를 노려봤다.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부러 가인이를 물에 밀어 넣은 거야?” 이소희는 그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분노로 일그러진 유지훈의 얼굴을 보고 이소희는 설명하려 했지만 그는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유지훈은 최가인을 안은 채 일어서더니 이소희를 물 안으로 확 밀어 넣었다. “지금까지 네가 나한테 매달린 건 다 참아줬어. 하지만 가인이를 건드린 건 선을 넘는 짓이야. 다시는 가인이를 다치게 할 생각하지 마. 다음엔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서늘한 그의 목소리가 차가운 물과 함께 이소희의 귀를 파고들었고 곧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물에 퍼지며 붉은 물결을 만들었다. 수영할 줄 모르는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몸부림쳤지만 끝내 물에서 나오지 못했다. 이소희의 몸속 산소가 점점 고갈되고 얼굴이 서서히 자주색으로 변해갔으며 심장 박동도 느려졌다. 곧 그녀는 심한 현기증이 났고 의식이 어둠 속으로 끌려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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