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보고서
“아, 아니에요.”
나는 태블릿을 끄고 대표님께 커피를 한 잔 더 따라드렸다.
“대표님은 역시나 안목이 대단하시네요.”
갑작스러운 칭찬에 머쓱한 듯 콧방귀를 뀌더니 방으로 돌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대표님은 보고서를 볼 때마다 다가와서 훈수를 두곤 했다.
그러고 나서 극찬과 아부를 은근슬쩍 즐기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고작 며칠 만에 내 업무 능력과 아첨 실력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어느 날 정기 검진을 위해 방문한 의료진이 아파트 단지 격리가 곧 해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얼른 짐을 싸러 갔다.
대표님은 안방 문틀에 기대어 뚱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해제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호들갑 떨어?”
“언제든 떠날 수 있게 미리 준비하는 거죠.”
나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격리가 끝나면 바로 집에 갈 테니까 더는 폐를 끼치지 않을게요.”
대표님은 혀를 차더니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내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허구한 날 짜증만 내고,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걸까.
격리는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다음 날 아침, 아파트 관리실에서 연이어 안내 방송을 했다. 이제 격리가 해제되어 입주민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공지였다.
나는 대표님이 빌려주신 명품 캐리어를 끌고 싱글벙글 웃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대표님의 안색은 어제보다 더 어두웠다. 안방 문 앞에 서서 낑낑거리며 캐리어를 옮기는 나를 한참 지켜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데려다줄게.”
나는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시간을 금 같이 여기시는 분인데 제가 어찌 감히 빼앗겠어요.”
대표님은 나를 흘깃 노려보았다.
“입에 발린 소리는 그만하고. 고작 몇 시간 허비한다고 망하지 않아. 어차피 돈은 자면서도 들어와.”
잠시 후 나는 얌전히 애스턴 마틴에 올라탔다.
대표님은 짐을 싣고 운전석에 앉아 백미러를 쳐다보았다.
“조수석에 타. 내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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