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의심병은 약도 없다
진우현이 어두운 얼굴로 말없이 앉아 있자 연주형은 다시 슬쩍 떠봤다.
“어젯밤에 지연 씨를 데리고 나가서 그냥 집에다 데려다줬어요?”
진우현의 머릿속에 고속도로 위에서 점점 멀어져 작아지던 흰색 실루엣이 불현듯 떠올랐다.
진우현은 몇 초를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불쑥 물었다.
“어젯밤 101호실 일은 조사 끝났어?”
연주형이 대답했다.
“거의 다 알았봤어요. 강지연이랑 같이 있던 그 사촌 언니 민해윤말인데요. 원래 그놈들이 불러온 술자리에 동석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그놈들이 막 출소해서 발정 난 것처럼 난잡하게 놀았더라고요. 민해윤이 빠져나가려 했는데 그 무리의 두목 격인 치타라는 놈이 안 놓아준 거예요. 아마 지연 씨는 민해윤이 불러서 빠져나올 구멍 만들어주려고 온 것 같아요. 근데 그 언니도 참 독하지 않아요? 자기 살겠다고 친동생 같은 애를 불구덩이에 끌어들이다니.”
진우현은 짧게 물었다.
“확실해? 그 여자가 그놈들이랑 아는 사이 아닌 거?”
연주형은 눈을 굴리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형, 어떤 여자가 제정신에 자기 몸 그렇게 내던져요? 어젯밤에 형도 직접 봤잖아요. 지연 씨한테 칼만 있었으면 그놈들을 갈기갈기 찔러 죽였을걸요. 이를 악물고 덤비는 데 나도 겨우 말렸잖아요.”
연주형은 어깨를 으쓱이며 코웃음을 쳤다.
“형은 진짜 의심병이 많아요. 이런 상황까지 연기라고 생각하다니. 참 약도 없네요, 약도 없어.”
진우현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묻어나지 않았다.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주석훈이 들어와 회의 시간이 다 됐다고 알렸다.
연주형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나갔다.
진우현은 연주형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몇 초간 응시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석훈을 따라 회의실로 향했다.
토요일이라 회사 직원 대부분은 쉬는 날이었지만 이날은 분기 총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대표이사인 진우현이 회의실로 들어서자 각 부서 임원들은 일제히 자세를 고쳐 앉았으며 회의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분기 총회야 늘 하던 정기 회의였지만 임원들에겐 매번 귀신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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