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눈치 보며 줄 서기

“마음대로 해.” 강지연은 한참이나 말했지만 진우현은 한마디만 남기고 문을 열고 나갔다. 진우현이 떠난 후, 강지연은 한참 후에야 현재의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제야 긴 여정의 첫걸음을 내디뎠는데 포기하려던 찰나, 뜻밖의 반전이 일어났다. 원래는 기뻐해야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함이 계속 몰려왔다. 방금 진우현이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더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 지금 강지연은 애써 순수하고 집착하는 이미지라는 인상을 줬는데 만약 진우현이 어느 날 그녀가 전에 했던 일들을 알게 된다면 결과가 어떨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침대에 잠시 누워있을 때 가정부가 옷을 가져다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지연은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갔다. 사무실에 들어선 뒤 이내 주변의 이상한 시선을 느낀 강지연은 아마 어젯밤 식당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다들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퇴사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오늘 다시 돌아온 것은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한 것과 다름없었다. “강지연 씨, 왔네요.” 장문정이 마주 오며 강지연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젯밤 식당에서 진우현 보고 강지연에게 폭력성이 있다고 부추긴 사람도 그녀였다. 장문정의 인사에 얼굴이 굳은 강지연은 순간 환청이 들린 줄 알았지만 장문정은 여전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바라봤다. “강지연 씨, 어젯밤에는 내가 상황을 잘 몰라서 말이 심했어요. 너무 마음에 두지 마요. 우리 서로 불쾌한 일이 있었지만 싸우면서 친해지는 거잖아요. 강지연 씨 성격 솔직하다는 거 알아요. 사실 나는 강지연 씨 능력과 인품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그냥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믿었을 뿐이에요, 미안해요. 강지연 씨는 대인배니까 너그럽게 봐줄 거죠? 우리 앞으로 잘 지내봐요.” 장문정은 말하면서 강지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두 사람이 아주 친한 사이인 줄 알 것이다. 강지연은 순간 멍했다.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바뀔 수 있다고? 그럴 리가! 강지연은 어깨를 움직여 장문정과 거리를 둔 뒤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