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본능적 이끌림

진우현의 몇 마디 말은 장서현의 뇌리에 박혔다. 장서현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슬쩍 떠본 거였지만 진우현이 조금의 체면도 차리지 않고 답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난 모든 남자가 그렇게 발랑 까졌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만약 그렇다면 사람과 동물의 차이가 뭐겠어? 서로 사랑을 해서 결혼도 하는 건데, 결혼의 의미가 단지 후대를 잇는 것만을 위한 거야? 두 사람이 한평생을 함께 사는 데, 마음이 맞지 않고 감정 교류가 없으면 싫증 나기 그만이야. 감정이 빠져선 안 된다는 말이야.” 진우현은 또박또박 따지고 드는 장서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생물학적 호감이 그 전제라는 거야.” 장서현은 진우현이 남여 이성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예전에 사적인 모임에서 이와 유사한 대화 주제가 오가도 진우현은 단 한마디도 거들지 않았다. 그 많은 이들 중에서 유난히 조용하고 과묵했다. 너무도 말을 아껴 오히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 아닌가 싶기도 했었다. 진우현의 교우관계에도 온통 남자들뿐이라 성적 취향이 이상하지 않냐는 소문까지 돌았었다. 그랬던 진우현이 생물학적 호감 어쩌고 하니, 장서현은 괴리감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 순간, 장서현은 어떤 한 여성의 모습이 번뜩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애써 웃음을 지으며 진우현을 향해 물었다. “오빠가 이성에 대해 말하는 건 처음인 거 같네. 답정너 같은 느낌이야. 딱 누굴 생각하면서 말하는 것 같은데... 마음에 누구라도 담아둔 거야?” “답정너는 무슨...” 진우현은 고개를 들어 장서현을 바라보며 답했다. “저번에 나랑 같이 당구 치던 그 사람, 게임에서 진 것 때문에 벌칙으로 팔굽혀펴기 몇 번 시켰더니 오빠가 와서 바로 데려갔잖아. 그때 그렇게 나가고 둘이 어디로 갔어? 아무런 사이가 아니란 말, 난 안 믿어. 그러니까 솔직하게 알려줘.” 장서현은 결국 내내 궁금했던 걸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리고 진우현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진우현은 장서현의 질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쿠키를 하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