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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목숨 아까운 줄 모르네

강지연의 손이 목덜미에서부터 앞으로 옮겨와 진우현의 목젖을 쓰다듬었을 때, 진우현의 몸이 순간 경직되었다. 곧이어 강지연은 순간 목이 세게 조여 오는 걸 느꼈다. 외부의 힘에 목이 단단히 졸린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마치 게임이 끝났을 때처럼 말이다. 순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강지연은 온몸에 힘이 빠진 채로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입으로 숨을 쉬고 싶었지만 목이 졸린 탓에 숨을 쉴 수 없게 되어 괴로웠다. 진우현은 마치 고양이를 잡은 것처럼 한 손으로 강지연의 가는 목을 졸랐다. 그는 다소 거칠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네. 그렇게 나랑 자고 싶어?” 강지연은 그의 손을 뜯어내려고 힘주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전혀 틈이 생기지 않았다. 흰 얼굴은 산소가 모자라 순식간에 빨개졌고 눈도 점점 풀렸다. 그 순간, 강지연은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온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진우현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만큼 손쉽게 그녀를 목 졸라 죽일 수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진우현은 강지연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자꾸 나한테 들러붙는 이유가 뭐야? 대체 나한테서 뭘 원하는 거야?” 진우현은 강지연이 대답할 수 있게끔 손에 힘을 살짝 풀었다. 강지연은 한동안 숨을 거칠게 몰아쉬다가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진우현 씨, 전 그냥 진우현 씨를... 좋아하는 것뿐이에요.” 진우현의 입꼬리가 살짝 휘어졌다. 그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짓말을 하네. 죽고 싶어? 죽고 싶으면 내가 죽여줄게.” 강지연은 곧바로 목이 부러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얘기할게요...” 진우현이 손에 힘을 푸는 순간, 강지연은 자신의 목이 이미 부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겨우 숨을 내쉬면서 한참을 기침했고 두 눈은 마치 토끼처럼 빨개졌다. 진우현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며 강지연의 기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강지연은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난 뒤 고개를 살짝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허락도 없이 좋아해서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진우현 씨에게는 진우현 씨만의 원칙이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도저히 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강지연은 울먹댔다. 시선을 내려뜨린 강지연은 진우현이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손가락 사이에 끼운, 이제 막 피우기 시작한 담배를 두 동강 내는 걸 보았다. 강지연은 눈을 깜빡이면서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는 기분이었다. 곧이어 귓가에서 독기 어린 진우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경기가 진짜 안 좋긴 한가 봐. 창녀가 사랑 타령이나 하는 걸 보면 말이야. 그런데 창녀가 무슨 자격으로 사랑을 입에 담지?” 잔인한 말이었다. 강지연은 수천 개의 바늘을 삼킨 것처럼 괴로워졌다. 그녀는 창녀의 정의가 뭔지 이젠 헷갈리기 시작했다. 강지연은 한 달 동안 민해윤을 따라 수많은 남자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골프를 치고, 미팅에 함께 나가거나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웃음을 팔았다. 매일 거울을 들여볼 때마다 더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창녀라고 욕먹어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그러나 면전에 대고 창녀라고 욕을 먹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진우현마저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강지연은 코끝이 시큰거리면서 목이 메었다. 이번에는 굳이 연기를 할 필요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강지연은 애써 슬픔을 억누르며 연기를 이어갔다. “죄송해요. 진짜 잘못했어요. 감히 그런 마음을 품으면 안 됐는데... 하지만 저도 그렇게 더럽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안재우 씨와 진지하게 연애했었고 지금까지도 안재우 씨 한 명이랑만 관계를 가졌거든요. 제가 더럽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냥 받아들일게요. 하지만 저를 모욕하지는 말아주세요. 저는 오늘 밤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간 것뿐이니까요.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예요.” 강지연은 눈물을 머금고 있었지만 끝내 흘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억울함과 결연함이 보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괴롭힘을 당해도 앓는 소리 한 번 내지 않는 길고양이 같아 보였다. 강지연은 그런 눈을 하고 진우현의 싸늘한 눈을 지긋이 바라봤다. 물기 어린 붉은 입술이 마지막으로 움직였다. “진우현 씨, 그럼 안녕히 계세요.” 말을 마친 뒤 강지연은 곧바로 몸을 돌려 문 앞으로 걸어갔고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빠르게 방에서 나갔다. 방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진우현은 소파에 앉아 어두운 눈빛으로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주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한참 뒤 문이 열리고 연주형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웃는 얼굴로 진우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무슨 상황이에요? 십 분도 안 됐는데... 왜 벌써 울면서 돌아가는 거예요?” 진우현은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울긴 누가 울었다고.” 연주형이 말했다. “룸 안에 있던 사람들 다 봤을걸요? 얼마나 처량하게 울던지. 뭘 어떻게 했길래 우는 거예요? 아니, 그것보다 자기를 먹어달라고 제 발로 뚜벅뚜벅 걸어온 사람을 마다한 거예요? 예전의 그 여자들은 솔직히 별로였지만 이번에는 괜찮았잖아요. 저 여자도 성에 안 차요?” 진우현의 입술에 강지연의 침이 묻어 있어 지금까지도 축축하게 느껴졌다. 진우현은 살면서 처음으로 남에게 키스 당해 봐서 굉장히 언짢았다. 그는 연주형을 향해 눈을 흘겼다. “넌 여자라면 안 가리나 보다?” 연주형은 씩 웃으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까 그 여자 마음에 들어요. 얼굴도 순하게 생겼고 엉덩이도 예뻐서 그 짓할 때 엄청 좋을 것 같거든요. 다음에 내가 부르면 나올까요?” 진우현은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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