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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아이를 안고 떠나려는데 송연아가 갑자기 예나의 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이 목에 걸린 게 얼마 전 가주님이 낙찰받은 400억짜리 블루 하트랑 비슷하네.” 진시혁이 비웃었다. “비슷해도 가짜일 뿐이야. 송주희, 이젠 가짜로 아이까지 속이는 지경에 이르렀어?” 그는 말하며 손목에서 롤렉스를 풀었다. “아빠가 주는 선물이야. 어쨌든 내 자식인데 허접한 걸 줄 순 없지.” 진시혁의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며 웃음이 터질 뻔했다. “됐어, 진시혁. 내 딸은 2억도 안 되는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어. 네 손목에 찬 시계는... 2천만원도 안 되는데 무슨 쓸모가 있겠어.” 진시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내 시계는 거절하면서 가짜를 착용해? 몇 년 사이 더 한심해졌구나.” 말하기도 귀찮았다. 이게 바로 남편이 경매에서 낙찰받은 진짜라는 걸. 그들은 내가 허영심에 사로잡혔다고 생각했는지 더 크게 웃어댔다. “송주희, 네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몰라?” “본인만 망신당하면 됐지, 애까지 망신시키네.” 그들에게는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5년 전만 해도 나는 진시혁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아빠에게 쫓겨날 뻔한 무능력자였으니까. 그런 내가 모리타 가문의 최연소 가주와 무슨 접점이 있겠나. 딱히 그들과 논쟁하고 싶지 않았는데 화가 난 예나가 입을 열었다. “이건 아빠가 나한테 준 거예요!” 송연아는 웃음을 멈추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래? 그럼 네 아빠가 누구야? 설마 윌리엄 가주님은 아니겠지.” 막을 틈도 없이 예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맞아요. 윌리엄이 우리 아빠...” 예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강렬한 바람을 일구며 손바닥이 다가오는 걸 느꼈다. 다행히 그동안 윌리엄에게 배운 호신술로 예나를 안은 채 피할 수 있었다. 진시혁이 화가 나서 내게 삿대질했다. “그만해! 송주희, 본인을 속이는 것도 모자라 아이에게 이런 말을 가르쳐? 가주님이 어떤 신분인지 알고는 있어? 아이에게 이런 말을 가르치다니,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 송연아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언니, 지금 진 씨, 송 씨 두 집안이 전부 모리타 가문에 의지하고 있어. 언니가 가주님의 아내와 딸을 사칭하면 우리 모두 멀쩡히 살 수 없어.” 예나는 깜짝 놀라 내 품에서 떨었고 나는 아이를 안은 채 진시혁을 노려보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진시혁의 눈빛에 후회하는 기색이 스쳤다. “주희야, 나도 일부러 너와 딸에게 겁주려는 건 아니었어. 지금 우리 모두 모리타 가문에 의지하고 있는데 너도 좀 분수를 알아야지.” 송연아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오빠, 언니는 질투가 너무 심해서 제대로 가르쳐줘야 해. 안 그러면 언젠가 우리 모두 언니 때문에 죽을지도 몰라.” 송연아의 말에 문득 5년 전에도 그녀가 나와 진시혁의 사이를 이렇게나 교묘히 이간질했던 게 떠올랐다. 송연아는 항상 일부러 내 말을 왜곡해서 진시혁에게 전하곤 했다. 처음엔 진시혁도 송연아를 무시했지만 나중에 점차 그 말을 믿으며 내게 철없이 굴지 말라고 했다. 그러다 이렇게 나를 욕했다. “분수도 모르는 쓰레기.” 하지만 이번에는 욕을 계속하지 않고 조금 전 그 롤렉스를 내 손에 던져주었다. “됐어. 아이를 생각해서 일단 받아. 가서 애랑 둘이 좋은 것 좀 사. 가짜는 다 버리고. 시간 나면 머물 곳 마련해줄게.” 호의를 베풀어주는 듯한 진시혁의 모습에 문득 웃음이 났다. 만약 지금 진시혁이 의지하는 그 모리타 가문의 안주인이 나라는 걸 알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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