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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왜 끊었어?” 뒤에서 들려온, 모든 일의 원흉인 남자의 목소리에는 묘한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알면서 왜 물어요?” 송찬미는 얼굴이 붉어진 채, 부끄러움 섞인 눈빛으로 그를 흘겨봤다. 신승우의 표정은 평온했다. 달빛 아래 고요한 호수 같았지만 그 깊은 눈동자에는 차가운 기운이 깔려 있었다. “앞으로 그 사람 전화 받지 마.” 낮고 강한 목소리, 거부를 허용하지 않는 단호한 어조였다. ‘또 질투해...’ 송찬미는 어이가 없어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방금 오빠가 받으라고 했잖아요?” 남자는 차갑게 말했다. “앞으로는 안 돼.” 송찬미는 화내지 않고 몸을 돌려 그의 품 안에서 고개를 들고 마주 보며 맑고 큰 눈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그럼 오빠도 노민희 전화 안 받을 수 있어요?” “노민희는 회사 부사장이라 업무상...” “됐어요.” 송찬미가 말을 끊었다.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자기도 못 지키는 걸 왜 저한테 요구해요.”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조금 떼를 쓰고 있다는 걸. 노민희는 회사 부사장이고, 신승우는 대표이니 업무상 연락을 완전히 끊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노민희의 속마음을 알면서도 연락해야 하는 상황이 곽도현과 자신을 비교해 보니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가 독단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면 그녀도 요구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송찬미는 마음이 씁쓸해 고개를 숙였다. 노민희가 부산에 온 뒤로 편한 날이 거의 없었다. “난 할 수 있어.” 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송찬미는 순간 반응하지 못했다가 급히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봤다. “뭐라고요?” “노민희 전화, 안 받아도 돼.” 신승우는 다시 말했다. 역광 속에 선 남자는 빛과 그림자가 얼굴을 또렷이 갈라 턱선이 유난히 날카로워 보였다.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송찬미는 멍해진 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신승우가 노민희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입술을 살짝 깨문 그녀는 마음이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달콤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업무는...” 신승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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