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화
신씨 가문 오누이가 강릉으로 떠나자 커다란 별장은 휑했다.
습관인지 몰라도 송찬미는 방에서 나올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맞은편 방을 바라봤다. 전에 신승우가 그 방에 있을 때 송찬미는 방에서 나오다 신승우와 마주칠 때가 많았다. 신승우는 늘 핏이 좋은 슈트나 캐주얼한 가정복을 입고 있었다. 송찬미는 그런 신승우를 보고 먼저 인사했다.
“오빠. 좋은 아침이에요.”
맞은편에 선 신승우는 늘 차갑게 고개만 끄덕였다.
다시 지금, 송찬미는 굳게 닫힌 문을 보고 나서야 신승우가 부산으로 돌아갔음을 자각했다. 불이 환하게 켜진 주방도 오늘은 송찬미 혼자라 썰렁했다.
송찬미는 더 많은 시간을 내서 병원으로 찾아가 송은정과 시간을 보냈다. 다만 하루의 일정은 별장과 병원이 전부였다.
신승우의 아버지 신태경과 어머니 고혜림은 초엿새가 되는 날 부산으로 들어왔다. 부부가 돌아온 지 세날 째가 되는 날 고혜림의 친구 문씨 내외가 딸 문희주를 데리고 신씨 가문으로 설 문안하러 갔다.
문희주는 컬럼비아대학교 문학 석사라 문학 분위기가 다분했다. 아이보리 코트를 입고 긴 머리를 뒤로 축 늘어트린 문희주는 조용하면서도 우아한 게 얼핏 봐도 학자 집안의 아가씨였다. 신씨 가문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올리는데 목소리마저 비단결처럼 부드러워 호감이 갔다.
고혜림은 문희주가 퍽 마음에 들어 보자마자 입을 다물지 못하고 허공에 손가락으로 선을 그으며 말했다.
“희주야. 이게 얼마 만이야. 저번에 봤을 때만 해도 키가 요만했던 것 같은데 못본 사이에 미녀가 됐네.”
문희주가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저도 늘 찾아뵙고 싶었어요.”
신씨 가문과 문씨 가문 사람들이 거실에 나란히 모여 앉았다. 늘 그랬듯 차가운 표정인 신승우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활짝 웃으며 즐겁게 얘기를 나눴다.
신승우는 아직 이 자리가 자신을 위해 만든 맞선 자리라는 걸 모른 채 단순히 설 문안하러 온 거라고 생각해 소파에 앉아 같이 손님을 접대했다.
“승우도 잘 컸네.”
전수애가 웃으며 신승우를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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