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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신승우가 매일 얼마나 바쁜지 아는데 이런 일로 번거롭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송찬미는 신승우에게 심영준과 만났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었다. 바로 심영준이 어떻게 자신을 찾아냈는지였다. 부산에 있는 동안 대학 동기들에게도 알린 적이 없었다. 송찬미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신씨 가문 사람들과 김정숙밖에 없는데 신씨 가문은 심영준이 누군지 모를뿐더러 안다고 해도 절대 심영준에게 행적을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숙이라면 저번에 문안차 전화하며 부산에 있다는 걸 심영준에게 알리지 말라고 말해둬서 김정숙도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면 누구지?’ 신호등을 기다리다 신승우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송찬미를 바라보는데 송찬미는 눈꺼풀을 축 늘어트린 채 고민에 잠겨 있었다. “무슨 걱정이 있어?” 사색에서 빠져나온 송찬미가 말했다. “아니요.” 신승우는 그런 송찬미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별장으로 돌아간 신승우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대표님. 병원 CCTV 영상 보내드렸습니다.” 신승우는 송찬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찾으러 나가며 병원에 전화를 걸어 CCTV 영상을 청구했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마침 병원에서 보내온 영상이 도착했다. 별장 마당에 차를 댄 신승우는 고개를 숙이고 CCTV 영상을 확인하며 안으로 걸어갔다. 영상은 몇 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첫 영상은 병실 밖 복도를 찍은 영상이었다. 영상에서 송찬미는 병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걸어 나갔다. 두 번째 영상은 엘리베이터 안을 찍은 영상이었고 정상이었다. 곧이어 길고 하얀 손으로 세 번째 영상을 클릭한 신승우는 멈칫했다. 영상에서 송찬미가 병원을 나서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손목을 잡는 게 보였다. 신승우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 남자의 얼굴과 몸짓은 송찬미의 인스타에서 많이 봐서 알고 있었다. CCTV 영상에서 송찬미가 심영준의 차에 오르는 걸 보고 심승우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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