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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송찬미는 마지막 테이블까지 정리하고 퇴근할 준비를 했다. 그때 사장 조성재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찬미야, 이따 퇴근하고 아저씨랑 드라이브나 갈까?” 조성재는 음흉하게 웃으며 송찬미를 위아래로 훑었다. “사장님, 정리 다 끝났습니다.” 송찬미는 입고 있던 앞치마를 풀었다. “저 퇴근할게요.” 그러자 조성재가 손을 뻗어 송찬미를 잡으려 했다. 그의 입에서 풍기는 술 냄새에 헛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야, 너처럼 반반한 애가 내 스폰 받으면 내가 매달 생활비로 160만씩 꽂아줄게. 그럼 이딴 알바 안 해도 되잖아. 어때?” 송찬미가 잽싸게 몸을 피했다. “사장님, 자중하시죠.” “지난번에 네가 휴무 냈을 때 내가 화냈던 거, 너무 서운해하지 마.” 조성재는 술기운이 잔뜩 오른 채, 끈적한 눈으로 송찬미를 쳐다봤다. “그때는 마누라가 옆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거야.” 송찬미는 벗은 앞치마를 한쪽에 내려놓았다. “퇴근 시간이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야, 가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조성재가 다시 그녀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송찬미는 그를 무시하고 곧장 가게 문 쪽으로 걸어갔다. 조성재는 순간 욱하며 눈빛이 흉악하게 변했다. “이런, 어디서 같잖게 고상한 척이야.” 조성재가 욕설을 지껄였다. “나 같은 사람이 너한테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알아야지. 너처럼 가진 것 없는 대학생은 누가 돈을 대준다고 하면 좋다고 냉큼 달려와야지, 어디서 건방지게 튕겨?” 늙은 남자가 다가와 송찬미의 손목을 확 낚아챘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가슴을 향해 뻗어왔다. 송찬미는 소스라치게 놀라 가슴으로 향하는 손을 막아내며 소리쳤다. “이러시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경찰? 내가 먼저 한번 따먹고 나서 불러!” 조성재의 얼굴은 욕정으로 번들거렸다. 남자는 굶주린 늑대처럼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조성재는 오늘을 위해 미리 계획했다. 가게의 다른 남자 직원들은 일찌감치 퇴근시켰고 일부러 송찬미에게 일을 더 줘서 평소보다 20분 늦게 퇴근하게 만들었다. 가게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가고 오직 조성재와 송찬미 둘뿐이었다. 사실 조성재는 취하지도 않았다. 술의 힘을 빌렸을 뿐, 그는 송찬미를 본 순간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만약 집에 마누라가 눈을 부릅뜨고 있지 않았다면 진작에 손을 썼을 것이다. 그의 아내는 최근 친정에 갔고 며칠 동안은 가게에 오지 않을 터였다. 조성재는 오늘 밤 의도적으로 술을 좀 마시고 무슨 일이든 벌일 작정이었다. 그는 송찬미를 오랫동안 관찰해왔기에 그녀가 경제적으로 곤궁하며 아무런 사회적 배경 없이 홀어머니와 단둘이 산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계획은 치밀했다. 우선 돈으로 꼬셔보고 그게 안 먹히면 힘으로 덮칠 생각이었다. 어차피 경찰서에 일하는 친척이 있으니 이 계집애가 신고해봤자 결국 사람을 써서 무마할 수 있었다. 조성재는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송찬미는 몇 걸음 도망쳤지만 이내 그의 손아귀에 붙잡혔고 조성재는 손을 뻗어 송찬미의 옷을 찢어발기려 했다. 꼼짝없이 그놈에게 당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곧이어 남자의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송찬미의 손에 들린 맥주병은 박살 나 있었고 날카로운 유리 조각에 시뻘건 피가 묻어 있었다. “이 미친년이 감히 날 쳐!” 조성재는 눈이 시뻘게졌고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30분 뒤. 파출소. 조성재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얌전히 앉아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한편 송찬미는 불안한 듯 옷자락을 꽉 쥐고 경찰이 묻는 말에만 대답했다. “사장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거의 2년 정도 됐어요.” “이전까지는 아무 문제 없으셨는데 오늘 갑자기 왜 그러셨는지 모르겠어요.” “저랑 사장님은 그냥 고용주와 직원 관계일 뿐이에요. 사적으로 연락한 적은 한 번도 없고 꼬리친 적도 없어요. 전 그냥 돈이 필요해서 일한 것뿐이에요.” “오늘 갑자기 다짜고짜 스폰서 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싫다고 했더니 바로 덮치려고 하더라고요. 경찰관님, 이건 정당방위 맞죠?” 경찰관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말했다. “현재는 진술을 받는 단계일 뿐이고 구체적인 판단은 사건 조사가 모두 끝나야 내릴 수 있습니다.” 송찬미는 입술을 짓이겼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에 불안감이 서렸다. 잠시 후, 누군가 들어와 그 경찰관의 귓가에 대고 무언가 속삭였다. 경찰관은 다시 한번 송찬미를 쳐다보았는데 그 눈빛에는 어딘가 동정심이 서려 있는 듯했다. 한 경찰관이 그녀에게 말했다. “잠깐 나가서 기다리세요.” “네.” 송찬미는 마음속 깊이 불안감을 느꼈다. 방금 그 경찰관의 눈빛이 이상했다. 송찬미가 밖의 의자에 앉아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명의 경찰관이 나와 그녀에게 고의 상해 혐의로 구류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송찬미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이래요? 분명히 그 사람이 먼저 저를 성추행하려고 했고 저는 정당방위를 한 거예요!” “저 사람이 당신을 성추행하려 했다는 증거 있습니까?” 한 경찰관이 차갑게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난...” 송찬미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가게에 CCTV가 있어요. 확인해 보시면 돼요.”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만치 서 있던 조성재가 음흉한 미소를 짓는 것이 보였다. 송찬미의 심장이 철렁했다. ‘설마 CCTV에 무슨 짓을 한 건 아니겠지?’ 역시나, 다음 순간 경찰관이 말했다. “가게 CCTV는 방금 확인했습니다. 고장 났더군요. 그러니 당신을 성추행하려 했다는 것을 증명할 증거는 없습니다.”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습니다. 보석금을 내면 나갈 수 있어요.” 송찬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보석금이 얼마인데요?” 경찰관이 액수를 말했다. 송찬미의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내가 어디서 그런 큰돈을 구한단 말인가?’ 그녀는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심영준. 그의 친구들이 그를 심씨 가문 도련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집이 그렇게 부자면 어쩌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송찬미는 심영준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이 시간이면 그는 자고 있을 터였다. 신호는 한참 갔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다시 걸어봐도 마찬가지였다. 무음으로 해둔 모양이었다. 송찬미는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염치를 무릅쓰고 다른 번호를 눌렀다. ... 신승우는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그는 평소 매우 바빴고 중요한 전화를 받을 일이 많아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두는 습관이 없었다. 잠을 잘 때조차도 마찬가지였다. 신승우는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의식이 흐릿해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는 정신이 번쩍 들며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전화를 끊은 신승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다섯 시. 그는 곧장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지체 없이 파출소로 향했다. 신승우가 파출소에 도착했을 때, 송찬미는 이미 조서 작성을 마친 상태였다. 그는 문을 들어서자마자 구석에 앉아 있는 창백하고 머리가 헝클어진 소녀를 보았다. 그 순간 신승우는 심장 한쪽이 날카롭게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애써 마음을 다잡고 다가가 언제나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승우 오빠...” 송찬미는 고개를 들어 신승우와 눈을 맞췄다. 작은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전... 그 사람이 먼저 손댔어요. 절 성추행하려고 해서... 전 저항하다가 술병으로 내리쳤고요... 지금 경찰이 저를 구속하겠대요...” 신승우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진정해. 내가 먼저 상황을 파악해볼게.” 신승우는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송찬미는 잠시 듣다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끝만 쳐다보았다. 그녀 역시 정말 방법이 없어서 신승우에게 전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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