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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토요일, 드디어 하루는 숨 좀 돌릴 수 있는 날이었다. 오전에 송찬미는 어김없이 병원으로 엄마를 보러 갔다. 병실 안, 모녀는 한참 동안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송은정은 항암치료를 받고 나서 머리카락이 거의 다 빠져 있었다. 송찬미는 며칠 동안 틈틈이 떠 놓은 털모자를 꺼내 들었다. “엄마, 이 모자 예쁘죠? 내가 직접 떴어요. 엄마가 전에 가르쳐 준 방법으로.” 송은정은 살이 쭉 빠져 앙상해진 몸으로 베개에 기대 있었다. 예전보다 훨씬 더 허약해 보였지만, 표정만큼은 오랜만에 밝았다. 모자를 보자마자 그녀는 금세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예쁘네. 우리 찬미 진짜 대단해. 모자도 뜰 줄 알고.” “내가 씌워 줄게요.” “그래.” 송찬미는 엄마의 반질반질해진 두피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콧등이 찡해지며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울면 안 돼.’ 엄마 앞에서 울면 엄마도 같이 무너질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송찬미는 애써 눈물을 참고 대신 최대한 밝게 웃으며 모자를 씌워줬다. “와, 모자 진짜 잘 어울린다. 역시 내가 떠서 그런가 봐요.” 송은정도 함께 웃었다. “거울 좀 가져와 봐. 얼마나 예쁜지 엄마도 좀 보게.” “짜잔, 여기요.” 송찬미가 손거울을 들이밀자, 송은정은 한참이나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정말 예쁘다. 엄마 마음에 쏙 들어.” “마음에 들면 내가 다른 색으로도 몇 개 더 떠 줄게요. 돌려가면서 쓰게.” “그래, 그러자.” 송찬미가 침대 옆에 앉자 송은정은 딸의 손을 꼭 잡았다. “며칠 전에 승우 엄마가 병원에 다녀가셨어.” “아주머니가요?” 송찬미가 잠깐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그래.” 송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랑 승우랑 사귀는 거 다 알고 계시더라. 둘이 같이 있는 거 응원한다고 하셨어.” 송찬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미소 지었다. “네, 아주머니도 그렇고 아저씨도 엄청 잘해 주세요.” “승우 엄마가 그러시더라. 승우는 자기 친아들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친아들처럼 키워 왔다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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