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한 달 만에 그는 예하늘에 관한 것을 보았다. 그는 상자를 받아 열었다. 안에는 오랫동안 만져서 부드러워진 임신 진단서와 예하늘이 직접 쓴 편지가 놓여 있었다.
그는 편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조금은 흘려 쓴 듯하지만, 한 획 한 획 정성스럽게 쓴 글씨가 있었다.
[기도훈 씨, 저 임신했어요. 오늘 받은 진단서예요. 9주가 넘었고, 의사 선생님이 아기가 거의 다 형성되었다고 했어요. 도훈 씨가 귀찮다고 생각하거나, 아예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이것이 하늘이 준 가장 큰 선물이고, 제 보잘것없는 사랑 속에서 유일하게 붙잡을 수 있는 실체예요. 저는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꿈꿨어요. 이 소식을 전할 때 도현 씨 표정이 어떨지. 아주 잠깐이라도 놀라거나... 아니면, 아이 때문에 저에게 조금이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도훈 씨가 지금 저에게 아무리 차갑게 대하더라도 앞으로 얼마나 긴 길이 남았더라도, 저는 기다릴 수 있어요. 도훈 씨가 언젠가 아주 잠깐이라도 저에게 머물러 주기를. 예하늘 씀.]
기도훈은 얇은 편지를 손에 쥐었다.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자, 마음 한구석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꽉 잡힌 듯 알 수 없는 아픔이 밀려왔다.
그는 텅 빈 침실에 홀로 앉아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쌓아갔다. 낯설고 거센, 자신을 삼킬 듯한 감정을 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퀭한 눈으로 침실 문을 열었지만 갑작스러운 힘에 넘어질 뻔했다.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화장을 짙게 한 여자들이 나비처럼 그에게 달려들어 달콤한 목소리로 그의 몸 구석구석을 만졌다.
“기 대표님, 드디어 일어나셨네요. 오래 기다렸어요.”
“꺼져!”
기도훈은 역겨운 듯 그녀들을 밀어내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당신들은 누구야? 경호원은 어디 있어?”
정유리가 무리에서 걸어 나오며 신난 미소를 지었다.
“도훈 씨, 이건 제가 도훈 씨를 위해 정성껏 고른 여자들이에요. 집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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