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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방세린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안정희가 아직 주방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히 손을 뻗어 하태원의 가슴팍을 밀어냈다. 하태원의 입술은 가볍게 스치기만 할 뿐 바로 뒤로 물러섰다. 그는 한 모금 물고 있던 매실청을 먹여주려는 듯했다. 뒤로 밀려나자, 곧바로 그녀의 귓가로 다가와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정도 했으면 화 풀릴 때도 됐잖아, 응?” 방세린의 몸이 뻣뻣해졌다. 혀끝에서 은근히 퍼지는 달콤한 매실청 맛이 이상하게도 가슴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날 밤, 그녀는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운조 힐스에 남기로 했다. 하태원이 욕실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물소리가 들려왔다. 방세린은 두툼한 가운을 여며 쥔 채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창가에 비친 얼굴은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정말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거야? 고작 말 몇 마디에? 정신 차리자, 방세린!’ 스스로를 책망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거실의 적막을 깨뜨렸다. 하태원의 전화가 울렸다. 처음에는 받지 않으려 했지만 같은 번호가 몇 번이고 끈질기게 걸려 왔다. 방세린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욕실 쪽을 힐끔 본 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대표님, 저 지금 양명시에 도착했습니다. 지시하신 일... 계속 진행할까요?” 순간 방세린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양명시? 우리 시골집도 양명시에 있는데... 우연일까? 대체 무슨 일을 시킨 거지?’ “세린아, 누구한테서 온 전화야?” 언제 욕실에서 나왔는지, 하태원이 젖은 머리칼에 물방울이 흘러내는 채로 눈앞에 서 있었다. 하태원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까지 들렸는지, 조금 전까지 상황을 보고하던 부하는 말끝을 뚝 삼켜버렸다. 방세린은 잔뜩 당황한 채 휴대폰을 내밀며 말했다. “전화가 계속 오길래... 그냥 받아버렸어.” 하태원은 휴대폰 화면에 뜬 번호를 확인하더니 눈썹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이내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헐렁해진 가운 사이로 드러난 단단한 가슴 근육이 드러났다. 담배 끝이 붉게 피었다 꺼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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