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하태원은 눈앞의 여인을 바라봤다. 얼굴은 붉게 상기된 채 뭐라고 중얼대듯 했지만, 그는 무심하게 손안의 라이터를 돌리며 지루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연수는 그의 혼사를 두고 또다시 회사를 찾아왔었다. 또 거절하면 더 집요해질 게 뻔했기에 하태원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밥 한 끼일 뿐이야. 누구랑 먹든 다 똑같으니까.’
그 순간, 흘러나오던 바이올린 선율을 깨뜨리듯 유리 파편이 튕겨 나가는 소리가 레스토랑 안에 울려 퍼졌다.
하태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무심결에 시선을 돌렸다.
‘방세린?’
방세린의 눈가는 벌겋게 물들어 있었고 시선은 하태원과 그 곁의 간씨 가문 외동딸을 스쳐 지나갔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태원의 이마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방세린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변명 한마디조차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등을 보이며 도망쳤다.
뒤늦게 다가온 직원이 도망치듯 사라지는 방세린을 보고 소리쳤다.
“저기... 손님, 아까 깨진 접시는...”
하태원은 손을 들어 그 말을 잘랐다.
“제가 계산할게요.”
간미현은 곁눈질로 그를 보았다. 그리고 멀어져 가는 방세린의 뒷모습을 따라 시선을 옮겼고 눈빛이 복잡해졌다.
...
레스토랑을 벗어나자, 방세린은 곧장 택시를 세웠다.
“아가씨, 어디로 모실까요?”
그제야 멍하니 있던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힘겹게 말했다.
“운성대학교로 가주세요.”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리더니 화면에 ‘하태원’이라는 이름이 떴다. 방세린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 다시 걸려 온 전화도 가차 없이 끊어버렸다.
그가 두 번 이상 전화를 걸 리는 없었다. 예상대로 두 번째 통화가 끊기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방세린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조금 전 옆 테이블에서 들었던 말들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그래, 내가 바보였지. 파혼한 게 내 탓이라고 믿다니... 그는 이미 분명히 말했었잖아. 사랑은 사랑, 결혼은 결혼, 착각하지 말라고. 송주아가 더는 결혼 상대로 합당하지 않으니, 그냥 나랑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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