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하태원이 아직 말도 꺼내기 전에, 방세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분이 길을 물어보셔서 잠깐 알려드린 거예요. 이제 다 됐으니 전 가볼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괜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봤자 상처만 남을 뿐이란 걸... 이제 너무 잘 알아.’
그녀의 뒷모습은 이미 저 멀리 사라졌지만, 하태원의 시선은 여전히 그 방향에 머물러 있었다.
송주아의 눈에 잠깐 불쾌해진 듯한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사라졌다. 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그의 팔에 매달렸다.
“태원 오빠, 나 방금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왔어. 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단 말이야... 배고파.”
그러나 하태원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방세린이 자신과 선을 긋던 모습만 눈앞에 맴돌고 있었다. 그는 마음이 딴 데 간 채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하태원은 그녀를 데리고 신국에서 유명한 5성급 호텔 레스토랑에 가자고 했지만, 송주아는 거절했다.
피곤하다며 호텔에서 먹는 게 낫다고 둘러댔지만, 사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어디서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었다.
오늘 밤, 그녀의 목표는 오직 이 남자뿐이었다.
하태원은 스테이크 몇 입만 들고 식사를 멈췄다. 그러자 송주아도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눈을 반짝였다.
“며칠 묵을 거야? 방 잡아줄게.”
송주아는 의미심장하게 싱긋 웃었다.
“오빠가 복귀할 때까지 나도 옆에 있을 거야.”
그가 짧게 웃으며 호텔 프런트에 전화를 걸자, 송주아는 잽싸게 다가가 그의 손에서 전화를 끊었다.
오늘 그녀는 몸매가 드러나는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대로 몸을 숙이자 매혹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하태원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비스듬히 틀어 그녀를 피하듯 자리를 옮겼다.
송주아의 향수 냄새는 예민한 그의 코끝을 찔렀다.
“여기 이렇게 넓은데, 우리 둘이 못 잘 이유 있어?”
그녀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도 하태원은 퉁명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송주아의 눈빛이 환히 빛났지만, 곧바로 이어진 그의 말은 차가운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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