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왜 네가 여기 있어?”
방세린은 반사적으로 허리를 펴고 앉았는데 딱 봐도 호의가 없어 보였다.
하태원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
몇 분 전, 하태원은 방세린이 위준우와 마주 앉아 식사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똑똑히 봤다.
그런데 방세린은 하태원만 마주하면 이렇게 경계심만 가득한 사람이 되었다.
“너 위준우 집에 들어가서 산 거야?”
하태원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방세린은 반사적으로 위준우가 출장 가서 며칠 동안 데이비드를 봐주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방세린과 하태원은 이미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약혼녀까지 있는 하태원이 방세린의 근황을 캐물을 자격이 없었다.
방세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하태원은 방세린이 묵인하는 거라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태연한 태도는 하태원의 입장에서 더 노골적인 도발이었다.
“내가 너한테 신국에선 얌전히 지내라고 했던 거 기억 안 나? 금방 약혼을 깨겠다고도 말했잖아.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예전 연애할 때, 방세린은 하태원이 화내는 게 가장 두려웠다.
방세린은 첫사랑 하태원에게 푹 빠져서 심장이라도 꺼내주고 싶을 정도로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상황이 그냥 웃기기만 했다.
방세린은 한 번도 하태원을 배신한 적이 없었지만 항상 상처를 주고 바보 취급한 건 하태원 쪽이었다.
“그렇게 말하긴 했지. 그런데 내가 받아들인 적은 없잖아?”
평소 순한 양 같던 사람이 불쑥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자 하태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도 몇 번이나 말했어. 근데 넌 한 번도 진지하게 안 들었지.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할게. 하태원, 네가 약혼했든 아니든 난 절대 너랑 다시 안 만나.”
말을 마친 방세린은 이 자리에 더 있고 싶지 않아 일어나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맛있는 음식들이 아깝기는 했다. 방세린이 아직 절반도 안 먹었기 때문이다.
그때, 하태원이 방세린을 불러 세워 미간을 찌푸린 채, 목젖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물었다.
“너 위준우를 좋아하게 된 거야?”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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