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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순간 당황한 방세린은 혀를 깨물 뻔했다. “우린 같이 안 살아요.” 주찬호는 턱을 만지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방세린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냥 준우 선배가 출장 가서 제가 데이비드를 며칠 봐주러 온 거예요.” 주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에는 두 사람이 무슨 상황인지 다 안다는 애매한 표정이 가득했다. 방세린은 더 이상 입만 아프게 해명할 마음이 없었다. 어차피 온 김에 자기 짐이 아직 위준우 집에 있으니 이참에 빼 오는 게 낫겠다 싶었다. 방세린은 위준우에게 전화를 걸어 위준우가 병원에 있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위로 올라갔다. 방세린은 위준우를 당분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그래야 그날 밤 술 취해서 위준우 앞에서 난리 친 기억을 다시 떠올리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주찬호는 방세린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왔다. 위준우가 방세린이 여자라 힘이 부족하니 같이 올라가서 짐을 좀 들어주라고 위준우가 미리 부탁해 뒀기 때문이다. 위준우는 심지어 주찬호에게 별다른 일이 없는지, 시간이 되는지도 묻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둘이 그냥 평범한 사이라고 한다면 정찬호는 절대 안 믿을 거였다.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나자 데이비드가 바짝 긴장해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다 방세린을 발견하자 데이비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달려왔다. 데이비드의 웃는 얼굴은 마치 꽃이 핀 것처럼 환했다. ‘주인을 따라간다더니 딱 맞네.’ 주찬호는 이 집에 몇 번이나 와봤지만 데이비드의 저런 환대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방세린은 데이비드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곧장 옆방으로 들어가 짐을 챙겼다. 방세린은 물건이 많지 않아 금방 다 챙겼고 캐리어를 끌고 주찬호와 함께 내려오면서도 데이비드에게 작별 인사를 잊지 않았다. 데이비드는 방세린이 금방 떠날 걸 눈치챈 듯, 축 처진 채로 살짝 짖었다. 기숙사 건물 앞에 도착하자 주찬호는 끝까지 방세린을 위층까지 데려다주겠다고 고집했다. “위준우가 방세린 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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