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그 후 육정환은 방세린을 옆에 앉혀 쉬게 하고 아예 자신이 직접 진료를 보기 시작했다.
“여기 와서 그저 빈둥거리며 먹고 마실 수는 없잖아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방세린은 그 말이 고마웠다. 하태원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머리도 아프고 마음도 무거워 오늘따라 더 피곤했기 때문이다.
육정환은 아마 그녀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눈치채고 먼저 나서서 도와준 듯했다.
마침내 퇴근할 시간이 다가왔을 무렵, 육정환은 한 어린 소녀를 진찰하게 되었다.
소녀는 동그란 눈을 굴리며 방세린과 그를 번갈아 보더니 불쑥 육정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순간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가 이내 끄덕였다. 소녀는 입을 다물고 미소를 지으며 엄마 손을 잡고 진찰실을 떠났다.
육정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나가서 좀 걸을까요?”
두 사람은 마을의 강가를 따라 걸었다. 맑고 투명한 강물 위로 윤슬이 반짝였고 석양은 강 표면을 주황빛으로 물들여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잔잔한 바람은 이름 모를 풀 향기를 실어와 상쾌한 기분을 더했다.
방세린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아까 그 아이가 뭐라고 했어요?”
육정환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방세린은 그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했다.
“세린 씨가 제 여자 친구냐고 물었어요.”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덧붙였다.
“우리가 잘 어울린대요.”
방세린은 고개를 숙이고 괜히 물어봤다 싶어 후회가 밀려왔다.
그녀의 반응을 본 육정환은 적당히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그래서 여자 친구가 아니라 그저 좋은 친구 사이라고 답했어요.”
방세린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육정환은 차마 속마음을 모두 드러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곧 그렇게 될 거예요.’
두 사람은 다시 강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어젯밤 내린 비로 흙길이 질척거려 방세린은 그만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질 뻔했다.
다행히 육정환이 재빨리 팔을 잡아당겼고 관성에 이끌린 그녀는 그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육정환은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지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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