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하태원은 전화를 끊고 곧장 방으로 돌아왔다. 얼굴은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주아야, 엄마, 사모님.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조여진은 고개를 들며 놀란 기색을 보였고 송주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하태원이 전화를 받으러 나간 사이, 그녀 역시 방세린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터였다.
그가 지금 이토록 서둘러 자리를 뜨려는 까닭이 방세린 때문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오늘은 양가가 모여 약혼식을 논의하는 중대한 날이었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자리가 하필이면 방세린 때문에 흔들릴 위기에 놓여 있었다.
실종이라 해도 죽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녀는 그 소식을 철저히 함구하라며 주최자에게 신신당부했다. 일이 커져 송진국과 조여진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약혼식 논의는커녕 방세린의 신분이 드러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혼 이야기는 물거품이 될 터였다.
이연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찻잔을 기울였다. 아들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담담히 차를 음미하던 그녀는 하태원이 외투를 챙겨 급히 나서려 하자 찻잔을 사뿐히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맑고 날카로운 도자기 소리가 방 안을 울리며 고요한 공기를 크게 흔들었다.
“태원아, 잠깐만.”
하태원은 초조했지만 엄마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세요, 엄마?”
이연수는 우아하게 고개를 들어 조여진과 송주아를 향해 말했다.
“사모님, 주아와 함께 먼저 식사하시죠. 태원이와 잠시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녀는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고 자리를 떴고 하태원도 뒤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곧 빈방으로 들어섰다.
하태원은 안절부절못한 채 시계를 흘끗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엄마, 하실 말씀이 뭔데요?”
하태원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초조함이 스며 있었다.
이연수는 차갑게 고개를 들어 아들을 바라보았다.
“회사 일 때문이 아니라 그 여자 때문이지?”
하태원의 표정이 굳어지며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연수는 아들을 힐끗 훑어보고는 가볍게 코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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