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도시율이 울면서 따져 묻는 목소리가 도유환의 호수처럼 평온하던 마음속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힘주어 휴대폰을 쥐었고 그 탓에 손가락이 창백해졌다.
“하루가, 우리 하루가 떠날 거래.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떠난다고. 하루 이제 두 번 다시 안 돌아온대. 삼촌, 이제 만족해?”
도시율은 거의 고함을 지르듯이 말한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가 끊겼음에도 도유환은 여전히 손에 전화를 쥔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사무실 안의 샹들리에가 내뿜는 차가운 빛이 도유환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비췄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호수처럼 깊은 눈동자 속에서 뭔가가 깨졌다가 빠르게 얼음으로 뒤덮이는 듯했다.
떠났다고?
해외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 말들은 작은 바늘들이 되어 도유환의 가슴속 깊은 곳을 사정없이 찔러댔고 그 탓에 도유환은 낯선 통증을 느꼈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며 키운 냉정함과 자제력, 그리고 정해은을 향한 애정 때문에 도유환은 거의 본능처럼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억눌렀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책상 위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금 중요한 회사 인수 서류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나 빼곡히 적힌 글자와 숫자들이 마치 개미가 되어 그의 앞에서 기어다니는 것만 같아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머릿속에서는 구치소로 끌려가던 정하루가 어떤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었는지 끊임없이 떠올랐다.
그것은 절망과 원망, 증오, 그리고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깊숙이 숨겨진 눈빛이었다.
도유환은 짜증 난다는 듯이 넥타이를 잡아당기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
창밖으로 화려한 도시의 밤경치가 보였다. 바삐 움직이는 차들, 번쩍이는 네온사인... 그러나 그 무엇도 도유환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밝힐 수는 없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통제를 잃은 감각이 마치 넝쿨처럼 자라나 도유환의 심장을 옥죄었다.
도유환은 귀신에 홀린 듯 차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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