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시상식 결과 정하루는 복잡한 인간성을 보여준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게 되었다.
정하루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간 정하루는 진행자에게서 무거운 상을 받아 들고 눈시울을 붉히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하루는 짧게 수상 소감을 얘기하며 영화감독, 제작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자신의 시선 끝에 있는 배인호를 바라보며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가 사랑하는 배인호 씨, 고마워요. 항상 내 곁을 지키며 나를 응원해 주고 다독여줘서. 이 상의 반은 배인호 씨 몫이에요.”
카메라는 빠르게 배인호의 얼굴을 잡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무대 위 정하루를 향해 손 키스를 날렸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차오른 게 보였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냈다.
도유환은 TV를 껐다.
어둠 속에서 도유환은 마치 죽음을 앞두고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안 돼.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내어줄 수 없어. 뭐든 해야 해.’
시상식이 끝난 뒤 뒤풀이는 국제영화제가 열린 해당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정하루와 배인호는 매니저와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살짝 피곤한 얼굴로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들이 차 쪽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누군가 기둥 뒤에서 비틀거리며 나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바로 도유환이었다.
도유환은 TV에서 봤을 때보다도 더 상태가 좋지 못했다. 정장은 잔뜩 구겨져 있고 넥타이는 삐뚤어져 있으며 눈에는 핏발이 섰다. 게다가 온몸에서 짙은 술 냄새를 내뿜으며 절망에 빠진 자의 기운을 풍겼다.
도유환은 정하루를 빤히 바라보며 형편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루야... 축하해...”
그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애원했다.
“우리 잠깐만 얘기 나누자... 5분만... 아니, 3분이면 돼. 제발 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줘. 제발... 너 없으면... 나 정말... 살 수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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