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동떨어진 섬, 서유진은 일부러 주지한이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게 막았다. 게다가 핸드폰 전자파가 뱃속의 아이에게 영향 줄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며 그 어떤 전자기기도 들지 않고 섬으로 들어갔다.
매일 산에 오르지 않으면 바다로 나가는 일상은 3년 전과 다를 것 없이 평온하면서도 느긋했다. 다만 전에는 주씨 가문 후계자의 신분을 버리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생활이 지금은 주지한을 옥죄는 족쇄가 되었다. 마음의 소리가 자꾸만 이러면 안 된다고, 얼른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돌아가서 뭐 하지?’
주지한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어 일단은 이상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서유진 앞에서는 조금도 티 내지 않았다. 서유진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업고 뒷산으로 가서 흐드러지게 핀 꽃을 구경했고 입덧이 심해 괴로워하면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려고 레시피를 모았다.
그러다 섬에서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 행복을 기원하는 제사를 두 날 앞두고 궁금해하는 두 사람을 보며 이웃집 아주머니가 설명해 줬다.
“이건 우리 섬의 전통인데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어선에 서로의 이름을 새기고 제사 당일 그 어선을 타고 맞은편까지 가면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함께 할 수 있을뿐더러 윤회의 굴레 속에서도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아.”
서유진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정말 그렇게 영험한가요?”
“당연하지.”
서유진이 주지한을 이끌고 어선을 파는 점포로 달려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지한아, 우리도 해보자.”
주지한이 입꼬리를 울리며 웃었지만 그 웃음이 눈동자까지 닿지는 못했다. 누군가 가슴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 것 같은데 아프지는 않았고 만질 수도, 잡을 수도 없었다.
문제는 이런 감정이 점점 더 빈번하게 찾아왔고 가끔은 눌러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북받친다는 것이다. 주지한은 어떻게든 이겨내기 위해 잠수를 시작했고 물속에서 마음이 차분해지면 그때 다시 서유진 곁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본능적으로 어선에 송이라는 성씨를 새기고 나서야 주지한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송여진?’
서유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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